“6·25때 받은 도움 ‘희망의 빛’으로 갚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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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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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진료 봉사단체 ‘비전 케어’, 에티오피아 등 참전용사 대상 아프리카 14國서 이동병원 운영

지난해 11월 비전케어 관계자들과 국내 의료진이 에티오피아에서 무료 안과 수술을 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6·25전쟁 참전 용사 등을 대상으로 아프리카 14개국에서 이동 진료 봉사를 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비전케어
지난해 11월 비전케어 관계자들과 국내 의료진이 에티오피아에서 무료 안과 수술을 하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6·25전쟁 참전 용사 등을 대상으로 아프리카 14개국에서 이동 진료 봉사를 할 예정이다. 사진 제공 비전케어
1951년 5월 7일. 에티오피아 황제 하일레 셀라시에(1892∼1975)의 근위대 병력 1300여 명이 부산항에 도착했다. 에티오피아는 6·25전쟁에 참전한 16개 국가 중 하나였다. 휴전에 들어간 1953년까지 에티오피아가 파병한 병력은 총 6037명. 이들은 미군 7사단 32연대에 배치돼 강원 화천군 등지에서 253회에 걸쳐 전투를 벌였다.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이었던 에티오피아는 1974년부터 몰락의 길을 걸었다. 17년 동안 집권한 공산 독재정권이 국민을 굶주림 속으로 몰아넣은 것. 한반도 공산화를 막아내며 영웅으로 떠올랐던 참전용사들도 서서히 잊혀졌다.

이들이 잃은 건 명예만이 아니다. 대부분 80세를 넘긴 고령인 데다 극빈층으로 전락해 백내장 등을 앓으며 시력도 잃어가고 있다. 신광철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용사후원회 사무국장(58)은 “많은 사람이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지만 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한국전참전용사협회에 따르면 생존자, 남편과 사별한 여성, 자녀 등 등록 회원 2850가구 중 1571가구는 소득이 거의 없고, 나머지도 월 30달러 이하의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참전용사들이 수도 아디스아바바 인근에 모여 개척한 ‘코리안 빌리지’의 빛이 꺼지고 있는 셈이다.

6·25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이들에게 빛을 돌려주는 활동이 우리 손으로 시작된다. 안과진료 봉사단체인 사단법인 ‘비전케어’와 에티오피아 한국전참전용사후원회는 올해 5월부터 2011년 4월까지 아프리카 14개국에서 6·25전쟁 참전용사 등을 대상으로 안과병원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버스 1대를 개조해 진료와 수술에 필요한 장비를 싣고 이동하며 진료하는 방식이다. 가천의과학대 길병원 등 49개 병원 의료진이 동참한다.

참전용사를 포함해 눈 질환을 앓는 아프리카인 2만2200여 명을 치료할 계획이다. 상태가 심각한 2590명에게는 수술도 해주기로 했다. 5∼12월에는 에티오피아, 케냐 등 동부 아프리카 7개국, 내년 1∼6월에는 남부아프리카 7개국을 누빈다. 이들의 대장정은 2011년 6월 레소토에서 끝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참전용사와 가족만을 위한 진료실도 운영한다.

비전케어 기획팀 이호영 씨(31·여)는 “백내장은 간단한 수술로 완치할 수 있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발생하는 환자 60만 명 중 10%만 수술을 받고 있다”며 “우리가 받은 은혜를 참전용사들과 가족에게 보답하기기 위한 활동인 만큼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02-319-2050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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