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 쌍둥이 서울대 나란히 합격

  • 입력 2009년 2월 7일 03시 01분


박권희-석희 형제 재수끝에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서울대에 나란히 합격해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해 광주 살레시오고를 졸업한 박권희(왼쪽) 석희(20) 형제.

형 권희 씨는 200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특기자전형에서 자유전공학부 인문계열에, 동생인 석희 씨는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경영대에 합격했다.

이들 형제는 지난해 나란히 서울대에 지원했다가 함께 낙방의 고배를 마신 터라 올해 합격의 기쁨은 두 배였다.

동생 석희 씨는 “수시에서 떨어진 뒤 너무 힘들었는데 형이 곁에서 많이 도와줘 일반전형에서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형은 내게 둘도 없는 친구”라고 말했다.

권희 씨 역시 “동생이 수학을 잘해서 모르는 문제를 수시로 물어볼 수 있어 좋았다”면서 “더 많은 도움을 받은 것은 오히려 나”라며 끈끈한 형제애를 과시했다.

지난해 서울대 입시에서 떨어진 뒤 모 사립대 경영학과에 나란히 합격한 이들은 1000만 원이 넘는 등록금 때문에 일찌감치 입학을 포기하고 재수를 결심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산업재해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면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어머니를 떠올리며 형제는 이를 악물었다.

기술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권희 씨와 국제경제를 공부하고 싶다는 석희 씨는 최근 서울대 기숙사 입주를 신청했다. 권희 씨는 “방세 등 생활비도 줄일 수 있겠지만 서로 의지하면서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기숙사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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