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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7월 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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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의 날’ 선포식 소회
“위기에 처한 조국을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로 조종간을 잡았던 그때가 지금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열린 ‘조종사의 날’ 선포식에 참석한 장성환(88·당시 중령) 전 공군참모총장은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6·25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7월 3일 장 전 총장을 비롯한 조종사 10명은 F-51 전투기를 몰고 적진을 향해 출격했다. 우리 공군 전투기의 첫 출격이었고, ‘조종사의 날’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개전 초기 한 대의 전투기도 없었던 공군은 북한군의 남하를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장 전 총장은 “이후 미국이 F-51 전투기의 원조를 승인함에 따라 1950년 7월 2일 10명의 조종사가 일본으로 건너가 전투기를 몰고 대한해협을 건넜다”며 “전투기가 도착한 다음 날 곧바로 출격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대구기지에서 이륙한 F-51 전투기들은 동해안의 삼척지구와 서울 영등포 노량진지구에 집결해 있던 북한군을 공격해 탱크와 탄약저장소 등을 폭파하는 전과를 올렸다.
장 전 총장은 “첫 출격한 조종사 10명 가운데 이근석(당시 대령) 장군은 적의 대공포를 맞고 전사하는 비운을 당했다”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시 출격한 조종사 가운데 생존자는 장 전 총장과 김신(전 공군참모총장) 백범 김구 선생기념사업협회장 두 사람뿐이다.
이날 행사에서 디자이너 앙드레 김 씨가 새로 만든 ‘빨간 마후라’를 건네받은 장 전 총장은 “시대가 많이 달라졌음을 실감한다. 첫 출격을 할 때엔 ‘마후라’를 하지 않았고, 그런 것을 할 여유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리를 함께한 손자뻘의 후배 조종사들이 인사를 건네자 “공군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후배들을 보니 든든하고 감격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