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형제 일으킨 ‘1% 나눔’

  • 입력 2008년 3월 27일 03시 02분


초등학생 나이의 키와 비슷한 19세 청년 신재호 씨(가운데)가 26일 동생 재홍 군(오른쪽), 아버지 신기섭 씨와 함께 웃고 있다.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꿈을 잃지 않게 해 준 인선1%장학재단의 장학증서를 받았다. 고양=이동영 기자
초등학생 나이의 키와 비슷한 19세 청년 신재호 씨(가운데)가 26일 동생 재홍 군(오른쪽), 아버지 신기섭 씨와 함께 웃고 있다.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꿈을 잃지 않게 해 준 인선1%장학재단의 장학증서를 받았다. 고양=이동영 기자
회사 직원 월급서 1% 떼 만든 ‘인선1%장학재단’

신부전증 재호-백혈병 재홍 형제에 ‘희망’ 선물

신재호 씨는 “고기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아무 음식이나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처지를 잊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고등학교 3학년으로 나이는 19세이다. 키 145cm, 몸무게 35kg으로 초등학생 체구와 비슷하다. 선천성 신부전증으로 수년째 시달리면서 제대로 크지 못했다.

옆에 있던 동생 재홍(16) 군은 형의 말을 듣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 역시 몸이 편하지 않다.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려 골수이식 수술을 받고 정기 검사를 받아야 하는 상태다.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지만 형제는 희망을 안고 산다. 힘들어도 꾸준히 공부하며 꿈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재호 씨는 일주일에 세 번, 집 부근의 일산병원을 찾아 4시간씩 혈액투석을 받는다. 병원에 가지 않는 날에도 1, 2교시 수업을 들으면 힘이 달려 조퇴하지만 결석은 하지 않는다.

재홍 군 역시 골수이식 수술 이후 정기적인 검진을 받으며 공부한다.

이들을 격려하며 돕는 곳이 있다. 인선1%장학재단이다. 이들 형제의 수술비와 치료비 상당 부분을 도와줬다. 수천만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 재단은 2004년부터 인선ENT 직원 280명이 매달 월급에서 1%를 떼고 회사가 같은 금액을 부담해 만든 기금으로 설립됐다.

이들 형제를 비롯해 경기 고양시의 청소년 100여 명이 재단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재호 씨는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의 뜻에 조금이라도 보답하려는 생각으로 학교에 간다. 졸업 후 금속세공을 배워 내가 할 일을 꼭 찾겠다”고 말했다.

중학교 3학년인 재홍 군은 게임 스토리 작가나 구성작가, 수의사, 군인 등 하고 싶은 일이 무척 많다.

아버지 신기섭(46) 씨는 “2004년 10월 두 아들이 한꺼번에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병원 7, 8층에 차례로 누워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지금은 두 아들이 알아서 자신의 길을 찾는 듯해 뿌듯하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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