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기름 뒤집어쓴 새들 한마리라도 살려봐야죠”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코멘트
16마리 구해 건강회복시킨 수의사 김신환 씨

“이번 기름유출 사고로 새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한 마리라도 더 살려내려면 더 열심히 뛰어야지요.”

새에 대한 사랑이 남다른 김신환(55·수의사) 김신환동물병원장은 7일 충남 태안군 앞바다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 이후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10여 년 전부터 다친 야생 조류를 치료해 자연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이 때문에 그의 병원은 2000년에 환경부로부터 천연기념물 동물 진료소로 지정됐고 지난해에는 서산시 지정 야생동물 진료소가 됐다.

“사고 다음 날인 8일 태안군 원북면 신두리에서 기름을 뒤집어쓴 채 죽은 새 두 마리와 살아있는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살아있던 뿔논병아리는 손을 써보기도 전에 죽어버렸습니다.”

그날 이후 김 원장은 오염 지역을 돌며 찾아낸 새들을 치료하고 있다. 현재 그의 병원에서 치료받는 새는 가마우지, 뿔논병아리, 아비, 괭이갈매기 등 16마리.

“기름에 오염된 새는 자체적으로 물에 뜨는 데 필요한 지방을 생산하는 기능이 마비됩니다. 이 때문에 차가운 물 속에서 체온이 떨어져 죽습니다. 기름 묻은 새는 자극이 적은 연성 세제로 씻어 주고 수액을 투여해야 합니다.”

18일 김 원장은 새들을 구조하기 위해 금강유역환경청,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태안 앞바다의 가의도와 주변의 무인도, 그리고 해안지역을 돌았다.

김 원장은 “기름 냄새가 사라지면 많은 새가 다시 찾아오겠지만 남은 기름 때문에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름에 오염된 새를 발견하면 꼭 우리 병원이나 관계 병원에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