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 유상호 사장의 자기자본투자론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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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도약하려면 수수료만 믿지말고 투자처 적극 찾아야”

“세계적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몇 년 전 일본 오사카에 유니버설스튜디오를 세운 ‘유니버설스튜디오저팬(USJ)’ 지분을 사들였습니다. 그런데 USJ가 올해 초 일본 증시에 상장해 엄청난 ‘대박’을 터뜨렸지요.”

유상호(47·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12일 한국에 유니버설스튜디오 설립과 관련한 독점 사업권을 보유한 ‘USK프로퍼티홀딩스’에 지분투자(6%)를 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국내 증권사도 투자은행으로 거듭나려면 주식거래 수수료에만 의존해선 안 됩니다. 벤처캐피털처럼 때로는 위험이 있더라도 5년, 10년 뒤의 고수익을 보고 투자해야 합니다.”

한국증권은 국내 증권업계의 ‘키워드’로 등장한 자기자본투자(PI)에 아주 적극적인 증권사 중의 하나다.

PI는 증권사가 고객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직접 투자활동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이는 투자은행의 핵심 업무로, 외국계 대형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의 하나다.

“증권사들이 인수합병(M&A) 주선 등 여러 사업에 참여하면서 ‘이건 투자가치가 있으니 중개만 하지 말고 직접 투자해 보자’면서 PI에 눈을 뜬 것 같아요. 현재 국내 증권업계의 주요 PI 분야도 M&A에 직접 뛰어드는 겁니다.”


▲ 동영상 촬영 : 전영한 기자

한국증권도 지난해 금호산업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 ‘공동 인수자’로 참여해 3000억 원을 투자했고, 이달 초엔 국내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해외 M&A로 기록된 두산인프라코어의 미국 ‘밥캣’ 인수에도 2억 달러(약 1800억 원)를 댔다.

다양한 금융 파생상품 개발도 PI의 주요 영역. 지난해 한국증권은 기업은행의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한 뒤 이를 담보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기관투자가들에게 되판 경험이 있다.

“증권사가 30년이나 자금을 묻어둘 수는 없잖아요. 자금을 빨리 회수해 다른 곳에 투자해야죠. 이 상품은 재정경제부 장관의 ‘올해의 딜(Deal)’로 지정됐습니다.”

최근에는 더 많은 투자 기회와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해외 진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은 연간 성장률 4∼5%의 저(低)성장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연간 10% 이상 성장하면서 우리가 걸어온 길을 따라오는 나라가 적지 않아요. 국내에서 엄청난 수익을 챙긴 해외자본을 욕하지만 말고, 우리도 해외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야죠.”

사실, 증권사로서는 PI가 선택이 아닌 ‘강요된’ 길이기도 하다. 주식거래 등 각종 수수료 수익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증권사가 일반 고객예탁자산으로부터 버는 연간 수익률은 평균 1%에 머물고 있습니다. 주주가 기대하는 자기자본순이익률(ROE)에 맞추려면 증권사가 PI에서 높을 수익을 내야 합니다.”

한국증권이 지난해 PI에 약 8200억 원을 투자해 거둔 수익도 연 환산 수익률로 28%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장기적으로는 PI 등 투자은행 업무에서 전체 수익의 약 35%를 이뤄내야 한다고 봅니다. PI에서 꾸준히 연 25%의 수익을 올린다면 2014년에는 한국증권의 ‘2차 도약 목표’인 자기자본 5조 원과 고객자산 100조 원에 이르러, 투자은행으로서 더 탄탄한 기반을 갖추게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dongA.com에 동영상

유상호 사장은… △1960년 서울 출생 △1978년 고려대 부속 고교 졸업 △1985년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1985년 옛 한일은행 입행 △1988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 석사 △1988∼1999년 대우증권 리스크관리부장 런던법인 부사장 등 △1999∼2002년 메리츠증권 전략사업본부장 기획재경본부장 △2002∼2006년 옛 동원증권 투자은행(IB)본부장 홀세일본부장 등 △2007년 3월∼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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