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영화 데뷔는 화제다. 영화는 아직 개봉되지 않았고 그의 연기력 평가 역시 나중 일이다. 그러나 가수 탤런트 등 4년간 TV 스타로 활동했던 그가 주연급으로 영화에 데뷔했다는 것, 여기에 박 감독의 영화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출연했다는 것까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부담, 기대, 도전… 그러나 그는 ‘바른생활 사나이’ 답게 박 감독 칭찬부터 했다.
“박 감독님요? 아휴, 영화계의 거장이시잖아요. 많은 분들이 부담감에 대해 물어보시는데 찍는 동안 감사할 따름이었죠. 감독님이 워낙 ‘젠틀맨’이시잖아요. 별로 혼날 것도 없었고 즐거웠죠.”
영화배우 정지훈에게 떨어진 첫 번째 지령은 가수 비를 지우는 일. 정신병자 ‘박일순’ 역을 위해 그는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근육질 몸매를 헐렁한 환자복 속에 감추었다. 여기에 ‘웰컴 투 동막골’의 시골 소녀 강혜정을 보는 듯한 헤어스타일로 ‘비범함’을 표현했다. 요들송 부르기, 탁구 치기 등 다른 사람의 재능을 훔치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그는 요들송 가수 서용률에게 특별 지도까지 받았다. 이 쯤 되면 영화 출연이 ‘꽁’(공짜)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밖에 영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역시 그는 ‘바른’ 대답으로 일관했다.
“소설이나 다른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건 없어요. 다만 일순이에 빠져들어 연기했을 뿐이죠. 촬영 내내 ‘난 정지훈이 아니라 박일순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수 비를 지울 수 있지 않았을까요?”
영화 촬영 내내 별다른 에피소드도 없었단다.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 조용해 여기가 진짜 촬영장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고.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즐거운 기억밖에 없다”고 했다. 순간 정지훈이 아닌 박일순이 중얼거리는 것 같았다.
“첫 출연이지만 (그런대로) 괜찮아.”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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