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지각있나요"…74세 만학도 박사학위 취득 화제

  • 입력 2006년 8월 21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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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박사학위를 받는다고 하니 손자들이 가장 기뻐하더군요. 평생의 꿈을 이루게 돼 너무 기쁩니다."

석사학위를 취득한 지 30여 년 만에 박사과정에 도전한 만학도가 칠순을 훌쩍 뛰어넘긴 고령의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게 돼 화제다.

주인공은 올해 74세의 이원기(사진) 씨. 그는 24일 인하대에서 '심리적 임파워먼트가 조직몰입과 주인의식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그의 박사 학위 취득 과정을 살펴보면 한 편의 드라마다.

"회갑을 넘기고 나니, 배움에 대한 한(恨) 때문인지 박사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생기더군요."

그는 이 때부터 어려 대학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칠순을 바라보는 노인에게 입학을 허가하는 대학은 없었다.

한 대학의 시험관(교수)은 "박사과정은 교수 요원을 양성하기 위한 과정인데 연세가 너무 많은 것 아니냐. 젊은이들 몫이라고 생각하고 양보하라"며 입학을 불허했다.

다른 대학에서는 "박사학위 받으려면 보통 5년간 학업에만 전념해야 하는데 건강이 허락하겠냐. 다른 대학도 힘들 것이다"고 절망을 안겨줬다.

그러던 중 그는 2003년 5월(당시 71세) 나이 제한이 없는 인하대 박사과정 모집 공고를 보고 다시 도전한다.

당시 시험관도 나이와 시간을 문제 삼았다.

"내 나이가 칠순이지만 실제 건강은 50대와 다름없고, 학문에 대한 열정은 40대와 같다"며 시험관을 설득했다.

천신만고 끝에 그는 그해 9월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단 한번의 지각이나 결석 없이 젊은 학생도 힘든 박사학위를 3년 만에 받게 됐다.

1953년 6·25 전쟁 당시 영어통역장교로 군 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을 졸업한 그는 국방부 행정사무관 재직 시절인 1967년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지만 박사학위에 대한 아쉬움 속에 평생을 살아 왔다.

"1972년 원풍물산㈜을 창업한 뒤 도미니카에 공장을 세우고 판매망을 넓히느라 배움을 잊었어요. 고령의 학생을 받아주고 지도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배움에는 지각이 없습니다."

인천=차준호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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