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가지 희귀병 박선재양 ‘5살에 받은 첫 생일 케이크’

  • 입력 2006년 5월 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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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대병원에서 희귀병을 앓고 있는 박선재 양과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왼쪽), 박 양의 부모가 생일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끄고 있다. 박 양은 태어날 때부터 뇌신경 일부가 마비돼 얼굴 표정이 없다. 김재명  기자
1일 서울대병원에서 희귀병을 앓고 있는 박선재 양과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왼쪽), 박 양의 부모가 생일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끄고 있다. 박 양은 태어날 때부터 뇌신경 일부가 마비돼 얼굴 표정이 없다. 김재명 기자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 어린이병원 7층 일반환자실에서 뜻 깊은 생일잔치가 열렸다.

세 가지 희귀병을 함께 앓으면서 생일상 한번 못 받던 박선재(5) 양에게 의사들이 첫 생일잔치를 열어준 것.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마라톤팀 감독이 생일 케이크를 가져왔고 인기 가수 ‘멜로 브리즈’가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 박 양을 기쁘게 했다.

황 감독은 지난해 11월 서울대 어린이병원 후원의 밤 행사에 참석해 희귀병을 앓는 어린이들의 사정을 들은 뒤 돕고 싶다고 생각하다가 박 양의 생일파티 얘기를 듣고 참석했다.

‘멜로 브리즈’는 1월 서울대 어린이병원을 다룬 방송을 본 뒤 어린이 환자를 위해 ‘기도’라는 노래를 만들 정도로 많은 관심을 가져 왔다.

박 양은 태어날 때부터 희귀병인 뫼비우스증후군으로 뇌신경 일부가 마비돼 표정이 없다. 또 미토콘드리아근육병 때문에 근력이 떨어져 인공호흡기에 의존한다.

2년 전에는 혈액 성분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면역력이 떨어지는 재생불량성 빈혈까지 겹쳤다. 하루라도 수혈을 못 받으면 생명이 위태로운데 요즘은 합병증인 폐렴도 앓고 있다.

요즘 박 양의 팔과 다리는 비쩍 말라 있고 손목에는 주삿바늘 자국이 시뻘겋게 남아 있다.

박 양의 부모는 “선재가 표정은 없어도 보통 어린이처럼 희로애락을 다 느낀다”며 “오늘은 선재가 기분이 참 좋은 모양”이라며 애써 웃었다.

주치의인 박준동(朴晙東) 서울대 의대 소아과학교실 조교수는 “이 병 중 하나에 걸리는 것도 희박한데 선재는 한꺼번에 세 가지 병과 싸우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은 박 양이 소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긴 날이었지만 가족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아버지 박충규(38) 씨는 “중환자실에 있으면 한 달에 1000여만 원까지 병원비가 나온다”며 “재산을 담보로 잡히고 사채를 끌어 쓰면서 친구들 카드를 빌려 돌려 막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어머니 정금선(38) 씨는 “어린이날에 선재와 함께 야외 나들이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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