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태권도의 대부 나종열 감독

  • 입력 2006년 4월 26일 1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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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태권도 대표팀의 압둘카디르 알 아드하미(헤비급)가 파키스탄, 요르단,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을 차례로 꺾고 결승에 진출하자 나종열(56) 감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알 아드하미는 결승전에서 한국의 남윤배에게 졌지만 소중한 은메달을 목에 걸고는 나 감독을 꼭 껴안았다.

지난 주말 태국 방콕에서 열린 제18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에 카타르 대표팀을 이끌고 온 나 씨는 종합순위 6위(은 1개, 동 1개)의 성적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카타르와 태권도에 바친 제 젊음이 헛되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카타르에 도착한 1979년만 해도 대부분 사람들이 토담집에 살았어요. 돈은 많았지만 문명이 없었죠. 이곳에서 12월에 아시아경기가 열리고 한국과 아시아의 손님을 맞는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나 씨는 1973년 제1회 태권도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딴 국가대표 출신. 27년 전 중동 건설 붐이 일던 때 태권도 해외보급 사업의 일환으로 카타르 국왕 근위부대와 군부대의 태권도 사범으로 열사의 땅을 밟았다.

"어찌나 더운지 도저히 사람 살 곳이 아니더라고요. 한 달 만에 돌아가겠다고 했더니 스포츠에 관심이 많던 왕자가 직접 붙잡더라고요. 한국 대사관도 '계약기간만 채워라'고 사정했습니다. 고민 끝에 '그래 이왕 하는 것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지요."

성과는 바로 나타났다. 나 씨가 가르친 선수들이 군인선수권, 경찰선수권 등에서 상을 휩쓸기 시작했다.

어려움도 많았다. 카타르에선 격투기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 나 씨가 카타르에 진출한 뒤 20년만인 1999년에야 민간인에게 태권도가 허용됐다.

카타르 한인회장도 맡고 있는 나 씨는 아시아경기 대회 기간 중 조직위원회에서 일하며 태권도 기술위원으로 종목을 총괄한다.

"도하는 이번 아시아경기를 위해 도시 전체를 아예 새로 짓다시피 뒤집어 놓았습니다. 한국에서도 많이 오셔서 한국과 카타르 팀을 함께 응원해주세요."

방콕=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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