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 하인스 워드’ 끝내 울다…명예시민증 받고 감격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5일 오전 하인스 워드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서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받은 뒤 인사말을 하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5일 오전 하인스 워드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서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받은 뒤 인사말을 하다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김미옥 기자
한국계 북미프로미식축구리그(NFL) 스타 하인스 워드(30)가 ‘서울시 명예시민증’ 앞에서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법적 지위나 행정적 편의와는 무관한 그야말로 이름뿐인 명예시민증에 지나지 않았지만 30년 전 자신이 태어난 서울시의 시민이 됐다는 감격이 벅차올랐다.

5일 오전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서울시 명예시민증 수여식에 참석한 그는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에게서 538번째 서울시 명예시민증을 전달받았다.

자신을 향해 카메라 플래시들이 터지는 와중에도 특유의 환한 미소로 여유를 보이던 워드는 “감개무량하다”는 짧은 소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슈퍼볼 최우수선수(MVP)’의 강인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단상 아래 의자에 앉아 아들의 시민증 수여식을 말없이 지켜보던 어머니 김영희(55) 씨도 함께 울었다.

웃음이 넘치던 행사장은 일순간에 무거운 분위기로 돌변했다. 워드가 손으로 눈물을 연방 훔치자 이 시장은 자신의 손수건을 워드에게 건넸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마이크를 잡은 워드는 가슴속에 간직해 온 비밀 한 가지를 털어놓았다.

“한국인으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한 적이 있었습니다.”

워드는 이어 “한때 한국인임을 부끄러워했던 사실에 대해 여러분에게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지금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고 이해를 구했고,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워드는 이날 어머니 김 씨가 자신에게 강조한 3가지 가르침은 △언제나 최선을 다해 일하면 이루지 못할 게 없다 △남에게 의존하지 말라 △직접 이뤄 나가라 등이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서울시는 워드에게 청계8경이 담긴 도자기 자석과 서울 사진 화보집(영문판)을 선물했고, 워드는 이 시장에게 ‘86’ 번호가 새겨진 자신의 유니폼을 건넸다.

오후 일정이 없던 워드는 5일 오후 3시 반쯤 호텔을 나와 서울 관악구 신림동 펄벅재단을 방문했다.

워드는 이곳에서 혼혈인 여자 프로농구선수 장예은(19·우리은행) 씨를 만났다. 주한미군이었던 아버지가 두 남동생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나 어머니와 자란 장 씨는 눈물을 흘리며 “신문에서 워드 기사를 읽고 저희 엄마 모습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워드는 “펄벅재단이 혼혈인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일정을 잡았다”며 “후원사업에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