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리노 신화 이룬 한국 쇼트트랙 페어플레이도 세계 최고”

  • 입력 2006년 3월 2일 0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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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액션’의 주인공 아폴로 안톤 오노 선수는 한국 댄스그룹 H.O.T.의 팬?’

미국 국가대표 쇼트트랙 코치로 오노 선수를 지도한 장권옥(39·사진) 씨는 지난달 28일 곁에서 지켜본 오노의 생활 등에 대해 소개했다. 이탈리아 토리노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귀국한 직후 워싱턴 외곽의 교민라디오 방송 ‘기쁜 소리 방송국’에서 워싱턴 특파원단과 가진 회견 자리에서다.

장 코치는 “오노는 감정을 다 풀었다”며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빚어진 할리우드 액션 파문을 과거로 돌릴 것을 제안했다. 그는 “그 동작은 쇼트트랙 선수라면 그 상황에서 누구나 했을 자연스러운 것”이라며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놓친 것은) 오노의 결정이 아니라 (호주인) 심판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장 코치는 “오노가 하루는 춤까지 따라 추면서 흥얼거리던 노래를 들어 봤더니 나도 모르는 H.O.T.의 노래였다”며 “일본계 혼혈인 그는 어려서부터 한국인 친구들과 사귀며 자랐다”고 말했다.

장 코치는 오노가 한국 음식에 푹 빠져 있다는 소식도 전했다. 그는 “하루는 오노가 꼭 먹고 싶은 한국 음식이 있다고 하기에 물어봤더니 ‘제사 뒤 남은 음식을 넣어 끓인 잡탕찌개’라고 했다”며 “시장에서 전과 김치를 사다가 맛있게 끓여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도 장 코치와 오노는 1개월간 한국 음식으로 하루 세 끼를 먹었다는 것.

오노는 김동성 선수와의 앙금도 풀었다고 전했다. 그는 “김 선수는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미국 국가대표팀 코치 자리를 물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 코치는 1시간 반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 말미에 “이런 말 하면 한국에선 역적이 되겠지만…”이라며 한국 빙상계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한국 선수에게는 일상이며 국제대회에 참가한 외국 선수들도 다 알고 있는 ‘공개된 비밀’인 한국 선수의 팀플레이(team play) 관행이 이번 토리노 올림픽에서부터 사라졌다고 했다. 팀플레이란 한국 선수의 금메달 획득을 위해 은메달 역량이 충분한 다른 선수가 위협적인 외국 선수와 함께 넘어지거나 초반 급질주로 지구력이 약한 외국 선수의 힘 안배를 헝클어 버리며 자기도 뒤처지는 ‘작전’을 뜻한다.

장 코치는 “나도 선수시절 코치에게서 희생을 요구받았던 이런 관행은 운동을 즐기는 게 아니라 승부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이번 올림픽이야말로 한국 쇼트트랙이 실력도 최고고, 스포츠맨십도 제대로 발휘한 첫 올림픽이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대구 경신고, 한국체대를 거치며 쇼트트랙 국가대표와 상비군 코치를 지낸 장 코치는 1994년 건축 공부를 위해 호주 시드니 KVB대에 입학했고 이후 미국으로 옮겨 왔다.

부업 삼아 워싱턴 인근 지역 선수를 지도하면서 토리노 올림픽에서 흑인 선수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 금메달을 딴 샤니 데이비스를 발굴하기도 했다. 장 코치는 2003년 미국 국가대표 코치로 영입됐으며 미국올림픽위원회로부터 2005년 쇼트트랙 분야 올해의 코치로 선정됐다고 소개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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