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수술 할머니, 뇌중풍 할아버지 걱정에 가슴앓이

  • 입력 2005년 8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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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워 있으면 남편은 누가 돌봐 주나….”

23일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척추 고정 수술을 받은 이나순(61·사진) 할머니는 의식을 되찾자마자 또 다른 병상에 누워 있는 남편 김오채(65) 씨 걱정부터 했다.

이 할머니는 몇 년 전 척추 뼈 가운데 하나가 어긋나 걷기조차 힘들 정도의 심한 디스크(척추전방전위증)를 앓아 오고 있었지만 남편 간호 때문에 아픈 내색조차 하지 않았다. 1999년 뇌중풍(뇌졸중)으로 쓰러진 남편은 전신마비 상태로 부인의 간호를 받고 있었다.

이 부부의 수입은 정부에서 받는 생활보조금 50만 원이 전부. 그나마 월세로 26만 원을 내야 했기 때문에 할머니는 수술은 엄두도 못 내고 동네 보건소에만 의지하며 살았다.

최근 할머니마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울 광진구 보건소 직원들이 건국대병원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 사연을 들은 건국대 의료진은 치료비 전액(770만 원)을 부담하기로 하고 시술에 들어갔다.

수술을 맡았던 이석하(정형외과) 교수는 “수술은 잘됐지만 걸어 다니려면 열흘 정도는 입원해 있어야 하고 남편을 돌볼 정도가 되려면 최소한 3개월은 걸린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수술을 해 주신 의사선생님에게 뭐라 드릴 말씀이 없을 정도로 고맙지만 손가락 하나 꼼짝 못하는 남편이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에 가시방석에 앉은 것 같다”며 눈시울을 적셨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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