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최철한 中 창하오와 접전 ‘잉씨배’ 품을까

  • 입력 2005년 3월 3일 18시 08분


우승상금 40만 달러(약 4억 원)의 세계대회인 잉씨배 우승을 향한 최철한(20) 9단의 앞길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 9단은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잉씨배 결승 5번기 3국에서 중국의 창하오(29) 9단에게 172수 만에 불계패를 당해 1승 2패로 뒤지게 됐다.

3국에서 흑을 잡은 최 9단은 거대한 중앙 흑 대마를 내주고 좌하귀 백을 잡으러 가는 건곤일척의 승부를 벌였지만 공격에서 실수를 범해 백이 살아나자 돌을 던졌다.

처절한 혈투를 벌인 이날 대국은 오전 10시 반에 시작돼 오후 9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다.

잉씨배 결승전에 대해 한국은 물론 중국 바둑계는 최 9단의 우세를 점쳤지만, 창 9단이 3국을 이기자 승부의 향방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창 9단은 세계대회 6연속 준우승의 불운을 씻을 좋은 기회를 잡게 됐다.

창 9단은 그동안 세계대회 결승전에서 우세를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고비마다 조금씩 물러서다가 패해 ‘배짱이 없다’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창 9단은 3국에서 최 9단의 파상공세를 깊은 수읽기로 막아내는 달라진 면모를 보여줬다.

송태곤 7단은 “최 9단이 전력을 다한 바둑에서 패해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 9단은 뒷심이 좋은 기사”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잉씨배 우승에 대한 최 9단의 각오가 대단한 점이 전망을 밝게 한다. 특히 국내 기전 3관왕이지만 세계대회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내지 못해 ‘국내용’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최 9단은 잉씨배 결승을 ‘국제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최 9단은 “잉씨배 우승은 내 바둑인생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어야 진짜 최정상급 기사가 될 수 있다”고 다짐했다.

김승준 8단은 “제1회 잉씨배에서도 조훈현 9단이 녜웨이핑 9단에게 초반 1승 2패로 뒤지다가 4, 5국을 거푸 이겨 역전 우승한 적이 있다”며 “3국의 패배를 잊고 평상심을 찾는다면 우승 확률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4국은 5일, 5국은 7일 열린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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