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YWCA’ 36세 여성이 이끈다

  • 입력 2004년 1월 7일 23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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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의 역사를 지닌 여성단체인 YWCA(대한여자기독청년회)에서 30대 사무총장이 탄생했다.

13년간 YWCA에서 청소년부 국제부 간사, 청소년위원회와 인력개발위원회 부장 등을 맡아 활동한 유성희(劉省熙·36·사진)씨가 최근 YWCA 실행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사무총장에 선임됐다. 박영숙 여성재단이사장이 60년대에 잠시 사무총장을 맡은 적은 있지만 대부분 50대가 총장을 맡아왔다.

전직 사무총장들에 비해 20세가량이나 젊은 유 총장은 “경험이 부족해 부담이 크지만 신뢰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선배들에 대해 감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YWCA는 전국 55개 조직에 135개 산하기관, 회원 8만여명에 실무 간사만 1000여명이 넘는 거대 조직이다.

유 총장은 “여성운동체, 시민운동체로서 조직이 보다 기민하게 움직이도록 하는 한편 회원들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겠다”면서 “지역 및 현장 활동을 전문화하고 건강한 생활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생활협동운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 총장이 YWCA를 만난 건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1학년생이었던 1987년.

“YWCA의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가 좋았어요. YWCA는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80세가 넘은 지도자들과 동등하게 회의에 참가해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어요.”

대학을 졸업하고 1991년부터 YWCA 간사로 활동한 유 총장은 1998년 서울대 사회학과 대학원에 입학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남편인 서효중 가톨릭대 컴퓨터공학부 교수(36)와 사이에 1남1녀를 둔 주부이기도 한 그는 현재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YWCA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큰 그릇이에요. 이 큰 그릇이 우리 사회의 역사를 보다 새롭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올 4월 총선에서 여성계 참여와 관련해 유 총장은 “지역 조직에서는 직접 후보를 내는 곳도 있지만 일단 중앙 YWCA는 선거 과정을 모니터하고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가하는 유권자 운동을 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젊은 여성 지도자를 길러내는 일에도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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