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2시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조선족교회 3층. 이날 열린 ‘눈물의 결혼식’은 췌장암 말기의 최충렬씨(38)가 조선족 아내 오춘화씨(30)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다.
최씨가 아내인 오씨를 만난 것은 1999년. 산업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온 오씨는 사촌언니의 소개로 최씨를 만나 4개월여의 연애 끝에 결혼을 결심했다.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의 조선족을 며느리로 맞을 수 없다는 부모의 반대에 부닥쳤고 살면서 부모를 설득하겠다며 2000년 1월 동거를 시작했다.그러나 동거 6개월 만에 최씨가 하던 중장비 임대업이 부도가 나고 사기까지 당해 빚이 1억5000여만원으로 늘어나는 등 시련이 잇따랐지만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며 열심히 살아왔다. 올 2월 딸 다연이가 태어나고 이제 부모님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지만 청천벽력 같은 불행이 닥쳤다. 배가 아파 병원을 찾은 최씨가 ‘췌장암 말기’ 선고를 받은 것. 이미 십이지장과 동맥에 전이돼 수술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최씨는 뒤늦게 아내가 한국에서 다연이를 키울 수 있도록 한국 국적을 얻어주고자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행법상 중국에 두 번 다녀온 뒤 2년 동안 동거해야 국적 취득 자격을 얻을 수 있기 때문. 지난해 불법체류자 자진신고를 한 오씨에게 주어진 시간은 불과 석 달. 출국유예기간이 끝나는 8월이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서울조선족교회에서는 이들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결혼식’을 마련했다. 법무부에서도 현재 최씨의 사정을 감안해 최씨가 중국에 가지 않고도 ‘법률혼’으로 인정해 줄 길을 찾고 있는 상태다.
이 교회 서경석 목사는 “일단 법률혼으로 인정되더라도 2년 동안 동거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킬 수 없는 상태”라며 “한국인 배우자가 사망하더라도 국적 취득 자격을 주도록 하는 새 개정안이 6월 국회에서 통과돼야 구제될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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