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평스키장 박수영-명숙씨 남매 감동 100% '스키 패트롤'

  • 입력 2003년 1월 5일 18시 07분


코멘트
용평스키장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박수영 명숙씨 남매. -평창=이호갑기자
용평스키장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박수영 명숙씨 남매. -평창=이호갑기자
오빠가 30년, 동생이 31년. 박수영(朴壽永·47) 명숙(明淑·42)씨 남매가 ‘스키 사랑’에 바친 인생을 합하면 만으로 환갑에 이른다. 이들의 스키인생은 눈보다 더 눈부시다.

용평스키장이 위치한 강원 평창군 도암면 산골에서 태어난 이들은 1970년대 초부터 스키와 인연을 맺었다. 스키가 겨울 스포츠의 꽃으로 자리잡기 훨씬 전이다. 시작은 동생이 먼저. 명숙씨는 71년 도암초등학교 4학년 스키부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알파인 스키를 배우기 시작했다. 오빠 수영씨는 72년 중학교 3학년 때 노르딕에 입문했다.

어린 남매는 돈이 없어 스키부츠 대신 장화를 신고 스키복 대신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스키 폴대는 대나무를 잘라 만들어 타면서 실력을 쌓았다.

그 결과 명숙씨는 85년 국내 첫 여자 국가대표선수가 됐으며 지금은 서울대 스키 강사로 활동 중이다. 수영씨는 83년 국내 첫 스키 패트롤(스키안전요원)이 돼 지금도 용평스키장에서 60여명의 패트롤을 지휘하는 패트롤 대장을 맡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외면하지 못하는 성격의 수영씨는 부하 대원들에게 ‘네잎 클로버 대장’으로 불린다. 6년 전부터 스키장에서 다친 환자들에게 행운의 상징인 네잎 클로버와 함께 쾌유를 비는 편지를 보내곤 하기 때문이다. 네잎 클로버는 작접 비수기인 여름철 용평리조트 골프장 잔디밭에서 따서 코팅까지 한다. 지금까지 보낸 네잎 클로버만 2000장이 넘는다.

“환자들에게서 답장이 오면 가장 행복해요. 하지만 정성을 다해 구조하고 치료했는데도 ‘슬로프가 나쁘다’는 등의 이유를 대며 고소하는 사람을 볼 때는 정말 속상하죠.”

남매는 지난해 1월 국내 스키 패트롤 교재를 펴내기도 했다. 90년 초 프랑스에 갔을 때 수많은 50, 60대 사람들이 패트롤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수영씨의 제안으로 이뤄진 일이다.

남매는 스키장에서의 안전사고는 대부분 분에 넘치는 코스에 도전하는 데서 생긴다고 입을 모은다. “최소한 스키장 안전수칙을 읽어보고 자기 수준에 맞는 슬로프를 선택한다면 스키장에서 다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평창〓이호갑기자 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