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사랑의 전화 복지재단 심철호 회장

  • 입력 2002년 12월 24일 23시 12분


24일 별세한 사랑의전화 복지재단 심철호 회장은 웃음 속에 사랑과 봉사의 정신을 실천한 코미디언이었다.

1962년 서울악극단 단원으로 극장무대에서 버라이어티쇼인 ‘서울쇼’ 사회를 진행했던 심씨는 70∼80년대 TV에서 ‘유쾌한 청백전’ ‘OB그랜드쇼’ ‘고전 유머극장’ 등을 통해 대중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긴 턱과 속사포처럼 쏟아 붓는 입심이 트레이드마크였다.

그가 81년 10월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의 7평짜리 사무실에서 전화 두 대로 시작한 ‘사랑의 전화’는 이후 21년 만에 전화 100대에 상담원 2600명, 30만명의 후원회원을 가진 종합상담 복지기관으로 성장했다.

심씨의 사회 봉사 활동에 대해 정치에 뜻을 두고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연예인이 사회복지사업을 펼치는 것에 대해 일회성 ‘쇼’가 아니냐는 말이 듣기 싫어 중앙대 사회개발대학원에서 사회복지 이론을 정식으로 공부하기도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서울 장안평에 노숙자들을 위한 ‘노숙자 쉼터’(게스트 하우스)를 설치하는 등 노숙자 복지에도 관심을 쏟았다. 노인 무료급식, 무료노인병원, 약물 오남용정보센터 등 14개의 사회복지사업을 벌여왔다. 98년부터 시작한 ‘이동복지관’은 대형버스 1대를 개조해 사회복지사와 간호사 6명이 윤락가나 달동네 등을 찾아가는 사업으로 현재 아들인 재학씨가 관장으로 일하고 있다. 70년대 심씨와 함께 ‘버라이어티쇼’ 콤비 MC를 보았던 방일수씨(사랑의전화 복지재단 이사)는 “심씨가 동아방송에서 송도순씨와 함께 DJ를 하면서 전화와 엽서를 통해 청취자와 상담을 해준 것이 ‘사랑의 전화’를 설립하게 된 계기였다”며 “그는 남을 웃기는 것을 넘어 봉사하는 삶을 실천함으로써 코미디언의 사회적 위상을 높였다”고 추모했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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