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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2월 18일 16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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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고 문익환(文益煥) 목사와 함께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을 결성, 남측본부 의장을 맡는 등 재야에서 통일운동을 주도했던 강희남(姜希南·81·전북 전주시 인후동)목사는 18일 이번 대선에서 40여년만에 투표하는 이유를 이같이 밝혔다.
강목사는 5.16 군사쿠데타 이듬해인 1962년 "총칼로 국권을 탈취한 박정희 정권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는 데다 이런 나라의 국민 노릇을 한다는 것이 창피하고 분하다"며 주민등록증을 찢어버렸다.
이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정부까지를 군사정권의 연장으로 간주해 이들 정권을 부정하는 상징적 의미로 35년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았고 각종 선거의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는 주민등록증이 없어 몇 년전까지도 투표는 물론 혼자서 배나 비행기를 타지 못했고 불심검문에 걸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또 재야운동과 관련해 1977년부터 10여년 동안 4번이나 투옥되는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러다 국민의 정부가 들어선 1998년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았으나 미국에 대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불만을 품고 다시 주민등록증을 찢어버렸다.
중국에서 역사공부를 하는데 필요한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최근 주민등록증을 다시 만든 그는 "죽기 전 마지막 주권행사가 될지도 모르는 이번 선거에서 분단의 역사를 청산하고 우리민족의 자주성을 세계에 과시할 수 있는 후보에게 꼭 한 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1998년 사면조치로 교도소를 나올 때 신도들이 마련해준 13평짜리 아파트에서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지난해말 '민중주의'라는 책을 펴냈으며 최근에는 한국 고대사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