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복을 빕니다]김성열 前동아일보사장

  • 입력 2002년 11월 7일 18시 06분


7일 타계한 장천 김성열(長泉 金聖悅) 전 동아일보 사장은 40여년간 동아일보에 재직하며 자유 언론을 실현한 외길 언론인이었다. 고인은 자유당 말기와 군사독재시절 동아일보 정경부장을 지내면서 투철한 기자정신과 날카로운 필봉으로 독재 권력을 비판했다.

고인은 1960년 자유당 정권 말기에 정경부장을 맡아 3·15부정선거와 마산의거 등에 대한 끈질긴 추적 보도로 4·19혁명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61년 5·16군사쿠데타 이후 69년까지 군사정권에 대한 비판적 기사로 정권의 무수한 탄압을 받았으나 정론직필의 보도 자세는 추호도 흔들림이 없었다.

고인이 부장 시절 정경부 기자로 활동했던 이만섭(李萬燮) 전 국회의장은 “60년 3월 최루탄을 맞고 숨진 김주열군의 시체가 마산 앞바다에서 떠올랐다고 쓴 내 기사를 끝까지 지켜주는 등 진실 보도에 대한 소신을 굽히지 않았던 참 언론인”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정경부 기자였던 남시욱(南時旭) 전 문화일보 사장은 “고인은 박정희 정권의 재선과 삼선(三選)과정에서 정권 연장 기도에 대한 잇따른 비판적 기사로 김형욱(金炯旭) 중앙정보부장에게서 많은 탄압을 받았다”며 “결국 1969년 편집국장 직무대리 시절 권력의 압력에 못 이겨 영국 특파원으로 나가 있어야 했다”고 말했다.

고인은 84년부터 국제언론인협회(IPI) 본부 이사를 맡아 고(故) 일민 김상만(一民 金相万)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도와 국제적인 언론교류 사업을 펼쳐 왔으며 94년에 한국위원회 종신이사로 추대됐다.

이후 1989년 자유와 민주를 표방하는 지성인들의 모임인 ‘자유지성 300인회’의 발기인으로 참여했으며 이 모임의 공동대표와 상임고문을 지냈다.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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