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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1월 22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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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24).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골프 천재’. 세기말에 구축된 그의 아성이 새 천년에 들어서도 이어질 것이라는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과연 그의 천재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그의 라운딩 현장에 뛰어들었고 그 답을 어렴풋이 잡아내는 순간 무릎을 치며 탄성을 울릴 수밖에 없었다.
18일부터 21일까지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마인즈리조트GC(파71)에서 열린 골프국가대항전 99월드컵대회.
한치의 편차를 허용치 않는 스윙과 나이답지않게 자제심을 발휘한 우즈의 세계정상 확인은 당연한 결과였다.
▽1라운드 15번홀(파4)〓이전까지는 굳이 드라이버를 잡지 않아도 레귤러온에 걱정이 없었던 우즈가 드라이버를 잡았다. 원온을 노린 것이다. 그러나 원온에 실패하면서 볼은 그린 왼쪽 둔덕뒤에 떨어졌다. 330야드는 족히 되는 비거리. 우즈는 자신의 진가를 바로 이 홀에서 과시했다. 홀컵까지 불과 30야드거리.
그는 웨지로 풀스윙해 홀컵 1m50지점에 붙인 뒤 버디퍼팅을 성공하는 정교함과 능숙함을 보여줬다.
올시즌 미국PGA투어에서 무려 8승을 거둔 그를 ‘차세대 니클로스’라고 부르지만 그의 스윙을 보고있노라면 그 평가는 오히려 부족한 듯 싶었다.
이날 우즈는 ‘그립과 셋업 얼라인먼트 밸런스가 좋으면 훌륭한 스윙이 나온다’는 통설을 입증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었다. 잭 니클로스가 “우즈의 스윙에 가장 큰 바탕은 견실한 기초”라고 말한 것을 마침내 이해할 수 있었던 날이었다.
▽2라운드 2번홀(파3)〓지난해까지만해도 갤러리들의 소음에 과민반응을 보였던 우즈. 티잉그라운드에서 어드레스를 마치고 백스윙하는 순간 휴대전화소리가 울렸다. 우즈는 곧바로 스윙을 멈추고 어드레스를 풀었다. 하지만 거친 돌발행동을 하던 과거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자신을 따라다니는 수천명 갤러리의 실수에 이제 단련이 된 듯 했다. 어쩔 수 없이 표정은 약간 굳었지만 예전처럼 골프채를 던지고 골프백을 걷어차는 행동은 보이지 않았다.
생후 9개월때 아버지가 특별히 만들어준 작은 골프채를 처음 잡은 우즈에게 어머니 쿨티다가 가한 가장 큰 형벌은 골프를 등한시 했을때 그에게서 골프채를 뺏는 것이었다. 이런 연유로 그는 자신의 골프재능을 믿고 몰입했고 이 때문에 그는 골프에 방해되는 것에는 참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처럼 자신이 골프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골프자체를 장악하는 모습을 보일 만큼 성숙했음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4라운드 17번홀(파5)〓1,2라운드에서 연속버디를, 3라운드에서 이글을 낚았던 이 홀에서 우즈가 홀컵 4m거리에 2온시키자 갤러리들은 열광했다. 전날의 멋진 ‘이글 포효’를 재연할 기회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이글퍼팅은 홀컵을 1m정도 지나쳤다. 그는 퍼터를 땅에 내리치는 제스처를 쓰면서 아깝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결국 버디를 낚은 그는 이내 만면에 웃음을 머금으며 유유히 다음 홀로 넘어가고 있었다.
강한 승부욕만큼이나 철저한 자기 극복의 의지를 갖춰가고 있는 그의 새로운 면모를 과시한 대목이었다. 바로 마음을 다잡을줄 아는 승부사야말로 진정한 승자임을 보여준 것. 과연 그를 능가할 수 있는 골퍼가 당대에 나올 수 있을지….
3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6개와 이글1개로 8언더파를 몰아치는 그의 신들린듯한 플레이를 지켜본 기자는 선뜻 그렇다는 대답을 하기에 난감해질 수 밖에 없었다.
‘스캔들’과 같은 골프이외의 문제만 터져나오지 않는다면 그의 ‘골프역사 새로쓰기’는 새 천년 들어서도 멈추지 않을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콸라룸푸르〓안영식기자〉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