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휠체어 총잡이 김임연, 소아마비 이 악물고 극복

  • 입력 1999년 6월 24일 19시 24분


김임연(32·주택은행)이 처음 태릉사격장에서 총을 쏠 때였다. 국가대표선수들이 오가며 모두 한번씩 자신을 힐끗 쳐다보고 지나갔다.

‘휠체어에 앉아 어떻게 총을 쏠까’하는 신기한 눈초리. 김임연은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 한발이라도 더 쏘는 거야.’

4년이 흐른 지금 태릉사격장에서는 아무도 그를 ‘이방인’으로 보지 않는다.

김임연은 4살 때 소아마비에 걸렸다. 장애 3등급. 다리가 흔들리지만 남의 도움 없이도 걸을 수 있다. 홍릉초등 6학년 때 서울 정립회관 사격 교실을 찾아 총과 인연을 맺었다. 이유는 사격이라면 한번 일반인과 겨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서 였다.

부모님도 적극적이었다. 87년부터 개인훈련만 했지만 부모님은 매달 50만∼60만원에 이르는 실탄비를 아낌없이 대줬다. 그 보답으로 92바르셀로나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에서 공기소총 스탠더드 50m 금메달을 따냈다.

96년 애틀랜타패럴림픽에 도착한 다음날. 급성 위염에 감기가 겹쳤다. 2연패에 신경이 곤두선 탓이었다. 물만 먹어도 모두 토해냈다.

그러나 악바리 근성이 어디 가랴. 머리가 빙빙 돌았지만 한방 한방 정신을 모아 금메달을 두 개나 땄다.

이 사실을 안 주택은행이 김임연을 특채해 사격팀에 합류시켰다. 그때부터 원없이 총을 쏘았다. 요즘도 남보다 많은 하루에 200발 정도를 쏜다.

“지금까지 열심히 했다고 자부해요. 사격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와요. 한계가 있는 것 같은데 노력하면 한계는 조금 뒤로 밀려나요. 그게 사격의 매력이죠.”

김임연은 25일 태릉에서 개막하는 99국제장애인사격대회 공기소총 입사와 복사에 나선다. “내년 시드니패럴림픽에서 3연패를 이룬 뒤에는 장애인에게 사격을 보급하는 일을 하고 싶어요.”

〈김호성기자〉ks10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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