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금융맨 「기상천외 변신」『占보러 오세요』

  • 입력 1998년 10월 24일 19시 25분


‘금융회사 대리에서 운명상담 역술인으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운명 카운슬링을 하고 있는 정인해(鄭寅海·33)씨의 약력이다.

몇달 전만 해도 그는 대전 H종금사에서 연봉 3천만원의 ‘잘 나가던’ 대리였다. 그러다 6월 회사가 문을 닫자 압구정동의 ‘잘 나가는’ 카페 ‘마이다스’에서 역술인으로서의 새 삶을 시작했다.

학창시절 자신의 사주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한 역술. 대학시절 통계학을 전공한 터라 주위로부터 비웃음을 사기도 했지만 세상은 통계대로만 움직이지는 않는 법. 5년전부터 틈틈이 집 근처 계룡산의 ‘도인’들을 찾던 것이 어느새 ‘역술인’의 경지에 이르게 됐다.

“몇년 전 내점을 쳐보다 올해 회사를 그만 둘 것 같다는 걸 알게 됐다”는 정씨. 압구정동행(行)도 ‘큰 물가(한강)로 가라’는 사주풀이에 따른 것이라고.

정씨는 계룡산 스승의 도움으로 유행의 첨단, 젊은이들의 공간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 ‘사주 궁합 봐드립니다’라는 문패를 내걸었다.

그의 ‘운명 카운슬링’ 요금은 1만원. 하루 평균 20여명의 신세대 고객이 정씨를 찾는다.

젊은이들답게 진로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은 황당한 질문을 받을 때도 많다고 한다. 동성연애중이거나 애인을 가진 유한부인 등이 찾아와 애정운을 물어올 때는 정말로 곤혹스럽다고….

“상담을 하다 보면 참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겉보기에는 화려하고 부러울 게 없어 보이는 사람들도 속내를 털어놓고 나면 그렇게 초라하고 왜소해 보일 수가 없어요.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하게 됩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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