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야원로 계훈제-백기완-송건호씨의 힘겨운 투병「老年」

  • 입력 1998년 9월 17일 19시 13분


재야 원로들이 가난과 병마에 시달리고 있다.

한시절 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서서 몸을 내던졌던 백기완(白基玩·65) 통일문제연구소장과 계훈제(桂勳梯·78) 전국연합고문 등의 근황은 듣기에도 딱하다. 아파도 치료조차 받지 못할 정도의 궁핍에 시달린다.

87년 국민운동본부 공동의장을 맡아 ‘6·10 항쟁’을 이끌어낸 계씨는 요즘 병원비를 마련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그는 폐질환이 악화돼 현재 서울대병원 9층 518호에 입원하고 있다. 그는 4월에도 2주간 입원했지만 치료비가 부족해 중도퇴원을 해야만 했다.

계씨는 그동안 부인 김진주(金眞珠·68·화가)씨가 그림을 팔아 생계를 꾸려왔지만 김씨가 94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그마저도 힘든 상태다.

92년 무소속으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백소장의 경우도 경제적으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는 전재산과 평생을 바쳐 일궈온 통일문제연구소의 문을 8개월째 닫고 있다. 3공시절 고문때문에 건강이 상한 백소장은 요즘도 그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84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의장을 지낸 송건호(宋建鎬·72)씨는 고문으로 얻은 ‘파킨슨 증후군’으로 97년 7월부터 서울 은평구 역촌동 자택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다.

이런 딱한 사정을 아는 재야단체들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사무실 운영비 등 기본적인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경비도 마련하지 못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김현배(金鉉培·38) 전국연합 사무처장은 “민주화운동에 평생을 바친 분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보고도 도움을 줄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호갑·성동기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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