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방북기②/인터뷰]이종서 백두산천지연구소장

  • 입력 1998년 9월 8일 19시 45분


백두산 탐사대장인 이종서(李宗書·63)박사는 평생을 천지 연구에 몰두해온 ‘천지의 사나이’다.

그는 어릴적부터 ‘우리 민족의 넋이 깃들인 백두산과 천지를 연구하겠다’고 결심했다. 이 결심대로 그는 69년 김일성대 지리학부를 졸업한 뒤에도 백두산 연구를 계속하다가 81년 백두산천지연구소가 발족되자 초대연구소장에 취임해 지금까지 소장직을 계속 맡고 있다.

그는 1년에 서너번 가족을 만나러 평양을 다녀오는 이외에는 천지옆에 세워진 움집형태의 간이숙사에서 연구원 6명과 함께 24시간을 천지와 희로애락을 같이한다.

겨울에는 10여m이상 쌓이는 눈속에 굴을 뚫고 돌아다니며 연구활동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몇명의 연구원이 희생되기도 했다는 것.

심혈을 기울인 연구결과 그는 천지의 수심을 비롯해 60여가지에 이르는 천지의 비밀을 밝혀냈다.

천지의 깊이는 1930년대 일본인들이 뗏목을 띄워 명주실에 돌을 달아 깊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3백12.7m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연구팀이 밝혀낸 최대 수심은 3백84m. 이로써 천지가 고산지대에 위치한 호수중 수심이 세계에서 가장 깊은 것을 입증해냈다.

천지물의 용권(龍淃)현상도 그의 팀이 처음 발견한 신비한 현상.

이런 공로로 그는 영웅칭호까지 받았다.

그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천지연구에 여생을 바칠 각오다.

다만 그가 아쉬워 하는 것은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에 관한 남북간 공동연구가 실현되지 않고 있는 점. 그는 “남쪽의 학자들과 언제라도 백두산 한라산 지리산에 관한 공동연구를 벌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천지〓이동관기자〉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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