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성경찰서장 김강자총경, 옥천署 부임

  • 입력 1998년 7월 3일 19시 26분


“일동 차렷, 서장님께 경례!”

3일 오전 10시경 충북 옥천군 옥천읍 옥천경찰서. 사상 첫 여자 경찰서장으로 부임한 김강자(金康子·52)총경이 정문을 들어서자 ‘우락부락’한 남자 경찰관 수십명이 일제히 거수경례를 붙였다.

정문 옆에는 이곳 여성단체협의회의 환영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이어 서장실에서 열린 관내 기관장 환영 접견.

“남성 단체도 신경 써 주셔야 해요.”

여성들의 지위가 전에 없이 높아질 것이란 박찬정 여성단체협의회장의 덕담에 한용택(韓龍澤)농협군지부장이 이같이 응수하자 장내는 일순간 웃음 바다를 이뤘다.

바로 이어진 취임식. 김서장은 “어머니 손길과 같은 섬세함으로 조직을 화기애애하고 탄력있게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이날 서내는 물론 파출소도 방문하는 바쁜 일정을 보냈다.

옥천태생인 고 육영수(陸英修)여사를 경호한 바 있는 그는 육여사 생가를 관할하는 읍내파출소에 들러서는 “생가 보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김서장이 남자 간부경찰들의 호위를 받으며 시내에 나서자 주민들은 신기한 듯 멈춰서서 손을 흔들기도 했다. 옥천 시가지는 어제까지 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듯했다. 하지만 한 간부경찰은 “거친 경찰조직을 장악하고 공권력 대표로 남자 기관장들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서장은 자신감을 보였다.

“밤새워 일할 자신이 있고 야한 농담도 수준급이에요. 폭탄주도 3잔 정도는 너끈히 해치울 수 있어요. 이 정도면 됐나요.”

〈옥천〓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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