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도로표지판 고치려 싸운 시민에 위자료주라』

  • 입력 1998년 4월 24일 19시 47분


‘잘못된 도로 표지판을 고치기 위해 싸운 시민에게 위자료를 주라.’

경남 창원시에 사는 건설회사 직원인 최현영(崔顯英·38)씨는 지난해 1월 서울 안국동의 모정형외과를 찾아 가기 위해 종로 YMCA에서 우회전해서 안국동으로 가고 있었다.

표지판을 보고 직진하던 그는 로터리 10m전방에서 차로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운전경력 9년인 최씨는 급히 핸들을 오른쪽으로 꺾어 노란색 안전지대로 대피했다. 그때 근처에 있던 교통 경찰관이 다가왔다. 반가운 마음으로 차창을 내리고 안국동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대답은 3만원짜리 ‘교통위반 딱지’와 벌점 10점.

종로경찰서로 가서 이의신청하고 10일 뒤 서울에 다시 올라왔다.

돈 손해, 시간 낭비였지만 결백을 인정받고 싶었다. 즉심 결과 3만원의 벌금이 과료 1만원으로 바뀌었다. 담당 판사가 최씨의 정상을 참작해 준 것. 그러나 벌점은 없어지지 않았다.

최씨는 다시 경찰청과 종로구청을 오가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1주일 밤을 도서관에서 빌려온 법전을 붙들고 씨름했다. 공소장을 직접 작성해서 지난해 7월 종로구청을 상대로 2백26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하지만 지난해 9월 1심결과는 패소. 최씨는 항소했다. 돈은 아무래도 좋았다. 잘못된 도로표지판 때문에 교통 법규를 어긴 ‘죄인’이 될순 없었다.

서울지법은 24일 “혼동을 초래할 수 있는 표지판을 믿고 운전하다 범칙금을 낸 뒤 적지않은 시간과 비용을 들인 만큼 구청측은 위자료30만원을 지급하라”며 최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같은 싸움을 이긴 것이다.

〈이호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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