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機 폭파 김현희,前경호원과 12월 극비결혼

입력 1998-01-09 20:16수정 2009-09-26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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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11월 대한항공 858기를 폭파한 김현희(金賢姬·36)씨가 ‘이젠 여자가 되고 싶어요’라는 자서전의 제목처럼 진정한 ‘여자’가 됐다. 진실한 사랑을 찾아 새 인생을 시작한 것. 그러나 자신의 과거 행적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었을까. 그는 자신의 결혼을 끝내 숨겼다. 김씨는 지난해 12월28일 대구 근교 향교에서 스님의 주례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그가 사랑에 빠진 남자는 자신의 보디가드였다. 케빈 코스트너와 휘트니 휴스턴이 주연해 감동을 안겨준 영화 ‘보디가드’의 러브스토리가 현실에서 재현된 셈. 오랫동안 김씨의 밀착경호를 담당하면서 김씨에게 사랑과 연민을 느껴 끈질긴 구애끝에 결혼에 골인한 주인공은 전 안기부 직원 정모씨(39·사업). 그러나 이들의 사랑은 순탄치 않았다. 무엇보다 김씨의 죄책감이 커다란 걸림돌이었다. 김씨는 유족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평생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고 다짐했던 터였다. 김씨는 정씨의 수년간에 걸친 사랑을 거부하다 그것이 진실한 것임을 알고 받아들였으나 자신의 과거 때문에 극심한 고뇌에 빠졌었다고 안기부 관계자는 전했다. 극비리에 치러진 김씨의 결혼식에는 안기부 여수사관 등 김씨의 ‘옛 동료들’과 정씨 친지 중 극히 일부만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웨딩드레스도 사양하고 평상복으로 대신했다. 결혼사진도 없었다. 이들은 경주에서 신혼여행을 한 뒤 서울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김씨는 결혼식을 올리기 전 유족대표를 만나 사죄의 뜻을 다시 한번 전하고 자신의 결혼을 알렸다. 유족들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며 잊고 싶다.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안기부 관계자는 전했다. 김씨는 결혼 직후 베스트셀러가 된 자서전의 인세와 강연료 등으로 모은 10억여원을 대한항공 여객기 희생자 유족을 위한 장학재단이나 불우이웃에 희사하기로 했다.김씨는 조촐한 결혼식이 끝난 뒤 영화 ‘보디가드’의 주제가처럼 “한 사람을 영원히 사랑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영원한 죄인”이라며 울먹였다고 안기부의 한 여수사관은 전했다. 〈한기흥·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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