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도 않은 자리에 앉게 되니 두려움이 앞섭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에 여성의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9월1일자로 서울 남부교육청 교육장과 동작교육청 학무국장에 각각 임명된 吳丁出(오정출·60) 영신고 교장과 蘇正子(소정자·57) 중부교육청 초등교육과장.
서울에서 여성이 지역교육청의 수장인 교육장에 임명된 것은 25년만에 처음이고 지역의 초중등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학무국장이 탄생한 것은 처음으로 교육계에선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은 서울시내 초등학교와 중학교 전체 교사중 각각 73%와 60%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고위직 임용에서 배제돼온 것이 사실이다. 여성이 과연 중책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편견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이와관련, 『우리실정에서 여성교원의 대부분은 학교업무뿐만 아니라 아내와 어머니, 시부모를 모시는 역할 등 집안일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처지』라며 『이때문에 자칫 학교일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기 쉽다』고 여교사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오씨는 그러나 여성들이 교감 이상의 지위에 오를 때 쯤이면 집안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 때문에 남성교사보다 일을 더 꼼꼼하게 잘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씨는 지난 61년부터 33년간 교직생활을 해왔고 남편 金相文(김상문·60)씨는 서울대 자연대 교수로 재직중.
그는 교과학습도 중요하지만 폭넓은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학급문고의 내실화를 기하고 예의바른 민주시민으로 기르는 인성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소씨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여성교직자 위주의 정책을 편다는 인상을 줄 경우 『역시 여자는 어쩔 수 없다』는 편견을 더 깊게 만들 수 있다며 후배 여성교직자들의 앞날을 위해서라도 그들에게 시어머니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씨는 『함께 교직에 있는 남편이 이번에 중학교 교감으로 승진했다』며 남편이 자신보다 항상 승진이 늦어 자녀들이 「어머니가 승진을 좀 늦게 할 수 없느냐」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소개. 소씨는 지난 59년부터 38년간 교직에 몸담았다.
〈한정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