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과 달리 「구조조정」이란 말만 입밖에 내도 주가가 폭락하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를 두려워해 실현성도 없는 장기플랜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 역시 「구조조정 콤플렉스」인 셈이지요』
지난 95년 말부터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산파역을 맡고 있는 朴容晩(박용만·42)기획조정실장(부사장).
그는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매킨지와 공동으로 이 그룹의 구조조정작업을 이끌면서 사업재구축의 성공을 위해 반드시 염두에 둬야할 세가지점을 강하게 인식했다.
첫째, 기업의 존망이 걸려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할 땐 주변의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
둘째, 경영진 스스로 만든 성역을 깨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가업으로 내려온 사업, 공장은 포기해선 안된다」는 등이 박실장이 지목하는 대표적인 성역이다.
셋째, 나한테 별 볼일 없는 사업은 남한테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두산그룹은 지난 연말 한국3M 한국코닥 한국네슬레 등의 소유지분과 영등포 OB공장 부지를 수백억원씩 특별이익을 내가며 팔았다.
굴지의 대그룹들이 부도위기에 몰려 할 수없이 내놓는 부동산매물이 헐값에도 팔리지 않는 요즘 재계에서는 두산의 매각타이밍이 절묘했다고 입을 모은다.
박실장은 그러나 두산의 구조조정을 자산매각이란 잣대만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선 영 불만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사업운용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업무효율을 올리는 단순한 차원을 넘어 생산 마케팅 재고조정 등 비즈니스 흐름 자체를 사업목표에 맞춰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합니다. 자산매각이나 계열사 통폐합은 그 다음입니다』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은 경영목표 및 성과측정기준으로 매출지표 등과 함께 영업활동에 활용한 자산의 수익률(ROIC)을 고려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ROIC가 우리 기업들의 다섯배가 넘는 코카콜라 같은 우량회사들이 우리 시장을 흔들고 있음을 생각하면 「덩치키우기」경영의 종말을 느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박내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