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 기업이 벌어들인 초과 이윤 일부를 ‘국민배당금’으로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김용범 대통령정책실장의 글로 12일 증시와 정치권이 요동쳤다. 기업 이익 일부를 사회 구성원에게 분배할 방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알려진 뒤 주가가 급락하자, 야권에선 ‘경악스러운 반시장적 인식’ ‘포퓰리즘적 분배 구상’이란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청와대와 여당이 나서서 “내부 논의와 무관한 개인 의견” “기업 경영권이나 배당정책에 개입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진화해야 했다.
김 실장은 11일 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AI 시대의 메모리·인프라 수요가 장기 구조 변화라면, 한국은 처음으로 지속적 초과 이윤을 생산하는 국가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글을 올렸다. 또 “AI 인프라 시대의 과실은 특정 기업만의 결과가 아니다. 과실의 일부는 전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돼야 한다”며 국민배당금 아이디어를 제기했다. 김 실장은 초과세수가 발생하는 걸 전제로 이런 주장을 폈지만 문제는 투자자들이 분배를 위해 기업 이익을 추가 환수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개장 초 7,999.67까지 치솟았던 코스피가 장중 5% 넘게 폭락한 원인 중 하나로 김 실장의 SNS 글을 들었다. 기업 이익을 사회적으로 재분배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 김 실장의 주장이 투매를 불렀다는 것이다. 이에 김 실장은 “기업 이익에 새로운 횡재세를 부과하려는 의도가 아니며, AI 산업 호황으로 자연스럽게 늘어난 초과 세수를 활용하자는 의미”라며 급하게 해명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한국 증시는 ‘기업 하기 어려운 시장’이란 부정적 신호를 세계 투자자들에게 주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기록적인 수익을 내고 있지만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내건 ‘AI 3강’ 진입을 위해서도 지금은 ‘분배 논의’보다 기업 투자 재원 확보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국가적 인프라 확충에 주력할 때다. 더구나 김 실장의 이번 SNS 게시글은 최근 기업계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성과급 갈등에도 기름을 부을 가능성이 크다. 내용도, 시기도 적절치 않다. 김 실장은 자신의 글이 소모적인 논란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다시 한번 명백히 해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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