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인 10명 중 1명 “주변에 의지할 사람 한 명도 없다”

  • 동아일보

한국인의 주관적인 행복도가 떨어지고 사회적 고립감은 깊어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비영리 연구재단인 사회적가치연구원과 리서치 회사 트리플라잇이 발간한 연례 보고서 ‘2025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에 따르면 개인의 행복도가 10점 만점에 6.34점으로 지난해(6.54점)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답한 비율은 9.8%로 전년도(4.1%)보다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연구진은 저성장 기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이 개인의 심리에 ‘부정적 전이’ 효과를 준 것이라고 해석했다. 올 5월 실시한 설문조사를 토대로 작성된 이 보고서는 올 2분기 경제가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에도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함을 보여준다. 국가 경제에 대한 평가 점수는 10점 만점에 3.89점으로 2020년 첫 조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개인 가정의 경제 사정에 대한 평가는 지난해보다 좋아졌지만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인식하는 비율은 39.5%로 국가데이터처 자료를 기준으로 한 중산층 비율(59.3%)보다 훨씬 낮았다.

하지만 경제적 요인만으로 개인이 느끼는 행복도나 고립감을 설명하긴 어렵다. 한국은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행복도는 최하위권이고 사회적 고립감은 최상위권이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OECD 1위이고, 혼자서 생을 마감하는 고독사 인구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화로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있고, 치열한 경쟁과 사회 양극화로 삶의 질이 떨어진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체감 경기나 집값 불안정과 같은 경제문제 못지않게 사회문제가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러 사회문제 중 ‘이념 지역 정치적 갈등 심화’의 심각도 순위가 6년 전 조사에선 19위였으나 올해는 4위로 뛰어올랐다. 조사 시점이 탄핵과 조기 대선 국면인 점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모든 연령층의 경제적 사회적 참여 기회를 넓히고, 사회적 자본을 갉아먹는 정치적 갈등을 해소하며, 어려울 때 정서적 물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 지원망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초연결사회에서 사회적 관계 단절을 호소하는 역설을 극복할 수 있다.


#한국인의 행복도#사회적 고립감#경제적 어려움#사회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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