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文비판, 2년차엔 실력으로 이어져야[오늘과 내일/윤완준]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14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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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속도 못마땅한 尹, 文 정부와의 대비에 초점
원로들 “앞으론 정책효과 국민이 체감해야 수긍”

윤완준 정치부장
윤완준 정치부장
“새 정부 1년인데도 지난 정부 정책을 시행했던 공직자들이 그대로 남아 국정운영에 발목을 잡고 있으면 솎아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정책을 여전히 추종하면서 정부 추진 정책에 방해가 되는 공무원’들을 겨냥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은 “탈원전, 이념적 환경정책에 매몰돼 새 국정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를 취하면 과감한 인사조치를 하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같은 부처에서는 대통령실에 보고하지 않은 채 산하 기관 인사를 내는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한다. 윤 대통령에게는 문재인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공직자들의 자리 나눠 먹기 병폐로 보였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취임 1년을 맞아 전 부처에 변화의 속도를 높이라고 주문한 것이다. 정권 교체 뒤 공무원들에게 정책을 180도 바꾸라 하면 저항이 없을 수 없다. 책임지려 하지 않고 다음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내에서는 장관들이 무한책임을 지고 공직사회의 이런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그렇지 않으면 부처들이 국정 기조에 발 맞추지 않고 현 정부 개혁도 공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을 차관으로 내려보내 용산 장악력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런 가운데 나온 윤 대통령의 취임 1주년 발언은 공직사회 기강 잡기가 몰아칠 것을 예고한다.

윤 대통령은 집권 1년을 맞아 문재인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전세 사기의 토양”으로 “집값 급등과 시장 교란을 초래한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 비정상적 정책”을 지적했다. “가상자산 범죄와 금융투자 사기를 활개치게 만든” 원인으로 “증권합수단 해체로 상징되는 금융시장 반친 행위 감시 체계 무력화”를 거론했다. “군이 골병 든” 이유로 “국군통수권자가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것이니 전 세계에서 제재를 풀어달라”고 한 점을 들었다.

이런 메시지는 윤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특별히 강조한 것이라고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얼마나 잘못했는지를 알려야 1년간 무엇을 했는지 대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취임 1년을 맞아 인터뷰한 원로들은 윤 대통령의 집권 1년 방향에는 공감했지만 이제 문재인 정부와의 대비를 넘어 현 정부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이각범 KAIST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이 국정 방향의 전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해 국민들과 더 소통할 것”을 제안했다. 윤 대통령 취임사준비위원장이기도 했던 그는 “‘우리가 이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선전하기보다는 실제 정책의 과실이 국민에게 돌아가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방적인 홍보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책에 실질 효과가 없으면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다는 고언이다.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서울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의 당선 뒤 첫 일성인 국민통합에 성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대환 인하대 교수는 3대 개혁에서 전략과 청사진, 컨트롤타워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1년 동안 국민이 변화와 개혁을 체감하기엔 시간이 좀 모자랐다. 2년 차엔 속도를 더 내 국민이 변화를 직접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집권 2주년의 메시지는 이 발언을 바탕으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윤완준 정치부장 zeitung@donga.com
#윤석열#국정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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