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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전기료 급상승 막기 위한 ‘연착륙 대책’ 시급하다[동아시론/유승훈]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입력 2022-06-30 03:00업데이트 2022-06-30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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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올해 ‘30조 적자’, 전력산업 전반 위기
내달 전기료 4.3% 오르고, 추가 인상 불가피
전력 세제·규제 정비해 요금 충격 최소화해야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내일부터 전기요금이 kWh당 115원에서 120원으로 5원 오른다. 국제 에너지 가격의 상승으로 이미 대부분의 선진국이 이미 50∼100%의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이번 4.3% 인상률은 사실 낮은 편이다. 1kWh는 선풍기를 약 22시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전기의 양으로,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아직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반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으로 인한 에너지 개발 투자 감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은 감소했다. 결국 주된 연료인 석탄 및 천연가스의 가격이 작년보다 4배 이상 오르면서 각국은 전기요금을 올리고 있다.

한국전력이 발전소에 지불하는 전기의 도매가격인 계통한계가격(SMP)은 재작년의 kWh당 50원에서 올해 1분기에 200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내는 전기요금은 별 변화가 없다 보니 한전은 1분기에만 8조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가면 올해 30조 원의 적자가 예상되는데, 이는 올해 정부 예산의 5% 수준이나 된다.

이러한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한 기업의 재무적 어려움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국 주식시장에도 상장된 한국의 대표 공기업이 위기에 빠졌는데 그 이유가 정부의 인위적인 요금 통제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한전의 정부 지분은 51%인데, 나머지 49%의 주주가 소송 등에 나설 수도 있다. 또한 국내 전력산업 생태계 전체가 위기에 빠져 전력공급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 한전은 전체 비용의 약 86%를 전력 구매 비용으로 지출하고 나머지 14%만 자체적으로 사용한다. 따라서 자구책만으로는 비용 절감에 한계가 있다. 이에 전력 구매 비용을 줄이려 노력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결국 발전사의 경영 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

한전의 위기, 더 나아가 전력산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것이다. 사실 현재 필요한 인상 폭은 50%이지만, 고물가로 인한 국민 고통을 감안해 이번에 인상 폭을 최소화한 것이다. 향후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추가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에 총 20%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이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체력을 확보하면서 이미 마련한 6조 원 규모의 자구책을 이행하고, 나중에 에너지 가격이 안정될 때 적자를 해소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 전기요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첫째, 우리나라 전기에는 소비세가 없으므로 발전용 연료에 부과되는 세금을 낮춰야 한다. 작년에 각각 34.3% 및 29.2%의 발전량 비중을 차지했던 발전원인 석탄 및 천연가스에 대한 개별 소비세를 인하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완화해야 한다. 현재 휘발유 및 경유에 적용되고 있는 유류세 인하 폭 30%를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둘째, SMP의 급격한 상승 원인은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의 상승이므로 전기와 천연가스에 대한 통합적인 접근을 통해 이를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다른 선진국처럼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 인상의 상한 설정, 민간 사업자가 저렴하게 도입한 천연가스를 다른 발전사에 자유롭게 공급할 수 있게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력산업의 구조개편을 통해 사업자가 발전과 판매를 겸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선진국도 SMP의 급격한 상승을 경험했는데, 한전과 같이 판매만 하는 사업자는 전기요금 인상 억제로 인해 파산하는 경우가 많아 정전까지 발생했다. 반면 발전과 판매를 겸업하는 사업자는 소매요금을 규제해도 발전 부문에서 충격을 흡수하면서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을 직접 억제해 국민들은 에너지 위기를 심각하게 못 느끼고 있고, 경영 여건이 악화된 전력산업은 신규 투자에 엄두도 못 내고 있다. 반면 다른 선진국들은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해 국민들에게 에너지 위기라는 신호를 보내고, 전력산업이 위기 극복을 위한 신규 투자에 나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우리는 정부가 SMP를 규제하는 데 집중해 한전과 발전사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지만 선진국들은 세제 인하, 발전용 천연가스 요금 규제, 발전-판매 겸업 확대 등 다양한 수단으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고 있다. 선진국의 사례를 참고해 다양한 전술을 구사해야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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