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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28년 만의 美 자이언트 스텝… 경제 체질 확 바꾸라는 신호탄

입력 2022-06-17 00:00업데이트 2022-06-1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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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신화 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28년 만에 단행했다. 큰 폭의 금리인상으로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데도 급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졌다는 뜻이다. 미국 경제의 급격한 긴축이라는 ‘경제 허리케인’이 거세게 몰아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어제 규제 완화, 세금부담 완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에서 그동안 거론되던 규제개혁, 감세 방안들을 구체화했다. 경제규제혁신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기업 투자, 일자리 창출을 막는 규제를 해소하고, 규제 하나를 만들 때 그 2배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를 없애도록 하는 ‘원인 투아웃(One In, Two Out) 룰’도 도입하기로 했다. 경직된 주 52시간제를 유연하게 바꾸는 방안도 포함됐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1주택자 보유세 부담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국내외 경제가 안정된 때라면 이 정도 해법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경제 기본질서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급변기다. 연준은 0.75∼1.0%였던 기준금리를 1.5∼1.75%로 올렸고, 7월에도 같은 수준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다. 다음 달 한국은행이 1.75%인 기준금리를 높이더라도 미국 금리가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만 한국 증시에서 17조 원 넘는 주식을 판 외국인투자가들의 이탈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급속한 자본유출을 막기 위한 대비책을 미리 마련해 놓지 않으면 안 된다.

게다가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는 얼어붙었고, 고물가로 인한 소비위축도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어제 수정 전망한 경제성장률 2.6%, 소비자물가 상승률 4.7%도 지켜내기 쉽지 않다. 기저귀, 분유 등 생활필수품의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고, 유류세 30% 인하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는 등의 대책을 내놨지만 서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엔 여전히 역부족이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이 연일 위기상황을 강조하는 것과 달리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데 필요한 구조개혁의 시간표는 느슨하게 짰다는 점이다. 하루 늦어질 때마다 미래 세대 부담이 81억 원씩 늘어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내년 하반기에나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한다.

4월 말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섰고, 새 정부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62조 원의 추경을 편성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됐는데도 구속력 있는 재정준칙은 올 하반기 기준을 만들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만 했다.

과거 정부들의 선례를 볼 때 연금, 재정, 노동, 교육 등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의 구조개혁은 임기 초에 바짝 시동을 걸지 않으면 실패할 공산이 크다. 제도의 개혁을 통해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는 ‘민간 주도 성장’은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은 한국 경제가 지금까지의 약한 체질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분명한 신호다. 구조개혁의 일정을 앞당기고 추진 속도는 더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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