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은행 이자장사로 1분기 최대이익, 가계 고통 눈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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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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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금융지주회사의 올 1분기 순이익이 역대 처음 5조 원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금융의 순이익이 8∼32% 급증했고 NH농협금융의 순이익만 소폭 줄었다. 이 같은 호실적은 지난해 8월 이후 기준금리가 4번에 걸쳐 1%포인트 오르는 동안 은행들이 예금 금리보다 대출 금리를 더 많이 올리는 ‘이자 장사’를 한 결과다.

은행들이 예대마진으로 쉽게 돈을 번다는 지적이 나온 게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최근 금융권의 이자이익 규모는 이례적이라고 할 정도로 많다. 이는 주식과 부동산에 머물던 자금이 은행으로 돌아오면서 대출 재원이 많아진 상태에서 예대마진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은행의 6개월 이하 정기예금은 1년 만에 55% 증가했고 올 들어 예대마진 폭은 두 달 만에 0.3%포인트 증가했다. 금융권의 대규모 이자이익은 은행의 영업력 때문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유리한 자금 흐름과 금리 결정 구조 덕분이었다.

은행들이 호황을 누리는 것과 달리 가계는 이자 부담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영끌’과 ‘빚투’ 여파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면서 전체 가계대출 규모는 작년 말 1862조 원에 이르렀다. 이 상태에서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구당 연간 88만 원에 이르는 이자 부담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 지난해 최대 실적으로 이미 성과급 잔치를 한 은행들이 또다시 이자수입 늘리기에 급급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고통받는 사람을 외면하는 행태다.

은행업은 지급결제와 신용창조 기능을 통해 국가경제에 돈을 흐르게 하는 일종의 기간산업이다. 정부가 은행에 독점적 영업권을 주는 것은 이익 극대화가 최우선 목표인 일반 기업과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기 힘든 고위험 가구가 38만 가구에 이르는 위기 국면에서 은행이 할 일은 이자 장사가 아니라 고통 분담이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최근 우려를 표시할 만큼 국내 가계부채가 급증한 데는 은행의 책임도 적지 않다. 은행은 예대마진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대출 원리금 부담을 줄이는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다.
#은행 이자장사#1분기 최대이익#가계 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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