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 공약 팽개치고 ‘尹心’ ‘李心’ 타령하는 여야의 구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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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0일 앞둔 23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지방선거 관련 사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3.23/뉴스1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70일 앞둔 23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관위 관계자들이 분주하게 지방선거 관련 사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3.23/뉴스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때 아닌 윤심(尹心), 이심(李心) 논란으로 어수선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의중을 놓고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신경전이 뜨거워지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지방 공약을 내걸고 경쟁하기보다는 윤 당선인과 이 고문의 낙점(落點)에만 매달리는 구태가 아닐 수 없다.

민주당에선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출마자들 사이에서 이심 논란이 뜨겁다.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시장 후보감이 마땅치 않아 부득이 출마한다고 했지만 송 전 대표 출마에 반대하는 의원들은 “이 고문 후광을 노린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송 전 대표의 거취를 놓고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의 세 대결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경기도지사 출마자들은 이 고문과의 각별한 인연을 강조하는 이재명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이 “우리는 선거를 하는 것이지 ‘이재명과 누가 더 친하나’ 내기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혼란을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김은혜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를 놓고 윤 당선인의 의중이 실린 것 아니냐는 얘기가 많다. 윤 당선인 측은 본인의 결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선인 대변인을 맡은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그만두는 것이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경쟁하는 유승민 전 의원은 “중요한 것은 윤심 이런 게 아니라 경기도민들의 민심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원내대표 출마를 검토하던 의원들이 시도지사 출마로 돌아선 배경에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는 지역 발전을 책임질 일꾼들을 뽑는 선거다. 그런데 윤심, 이심 논란이 커질수록 지방공약은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인의 눈도장으로 후보가 결정된다면 당내 경선은 불공정 시비에 휩싸일 수 있다. 윤심과 이심이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도록 양측은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한다. 사소한 빌미나 오해를 살 만한 언행도 없어야 한다.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이 묵인된다면 3김(金)시대 1인 오너 정당으로 퇴행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지방선거#윤심#이심#여야의 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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