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배수강]대표급 법률가 가족들의 요지경 도덕 불감증

배수강 신동아 차장 입력 2021-09-29 03:00수정 2021-09-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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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강 신동아 차장
‘하늘의 도움으로 천하를 얻는다’는 화천대유(火天大有)의 ‘요지경 돈잔치’에 조연 배우들이 속속 무대로 오르고 있다. 이들의 아버지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법률가이자, 주연 배우들과는 오랜 친분을 나눈 사이다. 조연들의 문제가 드러났을 때 대처법도 닮았다.

곽상도 의원은 아들(32)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근무한 사실이 드러나자 “250만 원 정도 받은 평범한 청년”이라고 하더니, 6년여 근무하고 퇴직금 50억 원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가 생각보다 돈을 벌었다는 것 때문에 문제가 된 것 아닌가. 정확한 것은 모른다”라고 했다. 아들의 입사를 주선했던 그가 ‘잔치가 흥행해서 주니까 받았다’는 설명에 국민들은 아연실색했다.

한때 ‘정의로운 특검’으로 칭송받던 박영수 전 특별검사도 이 회사 고문변호사로 일하며 거액의 보수를 받았는데, 딸도 5년간 근무하면서 회사 보유 아파트 1채를 분양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곧 정산되는 딸의 퇴직금 액수도 입방아에 올랐다. 박 전 특검 측은 “독립적인 경제생활을 하는 성인이라 박 특검도 정확한 내용을 모른다”는 설명이다.

앞서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서 포르셰 승용차를 받아 탄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조사받은 그는 승용차를 빌려 타고, 선물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도의적 책임’을 지고 특검팀에서 물러났다. 법적 책임은 아니라는 얘기였지만, 국정농단 수사를 통해 뇌물 수사 전문가로 알려진 그가 뇌물 소지가 있는 금품을 받은 건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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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화천대유 전선’에 훈수를 두며 뛰어들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6년 근무(25∼31세) 후 50억 퇴직금 수령”이라며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은 불공정하다고 비판했다. ‘공정과 정의’를 외치는 국민들에게 그의 등장은 ‘대략 난감’이다.

조 전 장관도 자녀 입시비리와 장학금 특혜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아무리 당시에 적법하고 합법이었다 해도 그것을 활용할 수 없었던 사람에 비하면 저나 아이는 혜택을 누렸다”(2019년 9월 2일 기자간담회)며 ‘합법’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가 부인과 공모해 입시비리를 저질러 입시 시스템의 공정성을 흔들었다고 판단했다.

국민의 뜻과 형편(民情)을 살피고, 공직사회 기강을 바로잡아야 하는 전직 민정수석들과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끈 ‘정의의 사도’의 행태는 30대 대리의 퇴직금 액수보다 큰 허탈감을 준다. 젊은이들은 “또다시 부모 찬스냐”라고 분노한다. 공정과 정의는 차치하더라도, 이런 눈높이로 민정을 살피고 특검팀을 이끌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한 정부 부처 전직 국장의 말은 그래서 귀에 와닿는다.

“높은 도덕성 잣대를 들이대던 대한민국 대표 법률가들과 가족이 불법 선상에 오르내리고, ‘불법이 아니라 혜택 받은 거다’고 강변하는 모습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으로 다가온다. 불공정도 문제지만, 이들이 우리 사회에 던진 가장 큰 패악은 ‘곽상도, 박영수, 조국도 저러는데 나도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도덕 불감증을 급격히 확산시킨 일이다.”

배수강 신동아 차장 bsk@donga.com
#화천대유#요지경 돈잔치#요지경 도덕 불감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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