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피고인·검사·변호인 ‘한배’… 법조계 바닥 보여준 대장동 의혹

동아일보 입력 2021-09-25 00:00수정 2021-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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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들어선 논란의 대장지구… 터널로 판교와 바로 연결 자산관리업체 화천대유자산관리 등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특혜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23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에서 건설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가운데 터널을 중심으로 왼편이 A1, A2, A6 구역, 오른편이 A10 구역이다. 위로는 빌딩이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가 위치해 있다. 성남=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015년 수원지검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로비 의혹 수사를 할 당시 피고인과 변호인, 담당 지검장이 모두 화천대유 관련 업무에 관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사건으로 구속 기소됐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남욱 변호사는 현재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4호 소유주다. 수원지검장이던 강찬우 전 검사장은 퇴임 후 약 3년간 화천대유 법률 자문을 맡았다. 남 변호사를 변호했던 박영수 전 특검은 화천대유의 고문을 맡았고, 조현성 변호사는 천화동인 6호를 소유하고 있다. 이해충돌의 소지가 클 뿐 아니라 여태껏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요지경이 따로 없다.

남 변호사는 2015년 현 대장동 개발사업이 본격화되기 전부터 이 사업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2년 4월 당시 유동규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본부장이 매일경제 인터뷰에서 “표류하던 (대장동 개발)사업을 민관 공동 개발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대장동 민영 개발 업체의 대표였던 남 변호사는 “협조할 것”이라며 적극 동조했다. 남 변호사의 대학 과 후배는 2014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하고 이듬해 민간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평가에 참여했다. 만약 이 과정에 남 변호사가 개입했다면 초기 단계부터 사업이 짬짜미로 이뤄진 것인 만큼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

또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대표를 맡았던 법무법인도 2019년 9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화천대유와 고문계약을 맺고 매월 수백만 원을 받았다. 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순실(최서원) 씨를 변호했던 검찰 출신의 이경재 변호사도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퇴임 후 변호사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이 회사 고문 활동을 했다가 변호사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됐다.

당사자들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와의 인연 때문에 고문을 맡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직원이 14명뿐인 민간 기업이 이런 이유만으로 전직 대법관, 검찰총장, 검사장 등을 줄줄이 영입해 최고 연 2억 원의 고문료를 줬다는 걸 납득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의 피고인과 변호인, 검찰 수사 책임자가 모두 화천대유 관련 업무를 맡은 것 역시 법조 윤리의 바닥을 드러낸 일이다. 검찰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특혜 의혹과 관련이 있는지를 낱낱이 밝혀내야 한다. 전직 검찰총장 등 법조계 거물들이 무더기로 등장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해 검찰의 책임을 땅바닥에 내팽개쳤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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