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선제적 제언으로 한일관계 개선 나서야”[동아시론/진창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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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관계 개선 책임 미루다 최악 상황
3년 넘게 ‘한일관계 나쁘다’ 양국 80% 넘어
광복절 연설로 강제징용 문제 실마리 풀고
젊은 세대 교류로 글로벌시대 이웃 거듭나야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최근 여론조사는 한일관계가 ‘최악’이라는 사실을 또다시 확인해 주었다. 요미우리신문 한국일보 공동여론조사에서 한일관계가 ‘나쁘다’라는 인식이 한국은 89%, 일본은 81%로 3년 연속 80%대를 넘었다. 2018년 5월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제7차 한일중 정상회의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은 6년 5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아예 방한조차 하지 않았다.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건만 양국 정상들은 대화를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양국 정부가 팔짱을 끼고 있는 이유는 한일관계 개선에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으며 상대국이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면서부터 양국의 분위기는 변화하고 있다. 작년까지와는 달리 문 대통령은 일본 정부와의 대화를 촉구했다.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한 문 대통령 방일은 무산됐지만 대화의 불씨는 유지됐다. 이번 8·15 연설에서 문 대통령이 어떤 화두로 한일관계의 개선을 이끌어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얼마 남지 않은 문 대통령의 임기를 생각하면 한일관계 개선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에만 해법을 요구하는 냉담한 스가 정권도 문제이지만 한일관계를 관리해야 하는 책임은 문 정부에도 있다.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은 채 대화 제스처만으로는 한일관계가 진전될 수 없다는 것이 지금까지 교훈이었다. 대일 외교 방향이 여론에 휩쓸리는 현 상황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행동하지 않으면 돌파구를 마련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번 8·15 연설이 한일관계의 실마리를 풀기 위한 마지막 기회이다.

이번 광복절 연설에는 강제징용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정치적 결단이 나와야 한다. 2018년 10월 일본 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 이후 일본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한일관계는 냉각됐다. 최근 일선 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 또는 각하하면서 대법원 판결과 다른 결정을 내렸다. 사법부가 서로 정반대 판단을 내리면서 피해자 구제는 외교적 해결밖에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다. 문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를 사법부 판단에만 맡기는 것은 정부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 온 문 정권은 최근 사법부 판결을 한일관계 개선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불신이 앞서는 현 상황에서는 한일 양국이 동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해법을 문 대통령이 제안해봄 직하다. 한국은 강제동원 문제에서 소송을 제기하는 피해자들의 구제 조치를 취하면서 일본에는 사죄와 반성에 대한 상징적인 조치를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추후 한일 양국 신뢰가 쌓이면 최종적으로는 한일 기금이나 양국 여야가 합의한 과거사 특별법으로 매듭짓는 방향성도 제시하면 좋다. 친일 청산을 주장하는 문 대통령이야말로 이러한 제안을 할 수 있다.

또 미중 전략경쟁 격화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에 대한 실천적 과제를 제시해야 한다. 합종연횡이 빈번한 국제정치 상황에서는 한미일 협력에 대한 명확한 방침 없이는 큰 전략적 그림을 그리기 어렵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도 인도태평양전략이나 쿼드 참가에 의지를 보인 만큼 한일 협력, 나아가 한미일 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한일 양국이 협력한다면 중견국 역할을 확대하면서 강대국 정치에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한일 협력이 토대가 되어 새로운 동북아 판 짜기로 나아간다면 중국의 패권 확대를 다국 간 안보 틀에서 억제함과 동시에 미국과 중국 간 소모적 대립도 완화할 수 있다.

비판적으로 흐르는 일본 여론을 바꾸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일본 젊은 세대의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두드러진다. 일본 10∼30대는 한국을 ‘신뢰한다’라는 응답이 50%를 넘었고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도 60%를 넘었다. 한국의 젊은 세대는 일본을 ‘신뢰한다’와 일본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각각 30% 정도이지만 다른 연령대보다 높다. 한일 젊은 세대는 우리의 미래이다. 젊은 세대가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할 때 한일 갈등은 완화되고 성숙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양국 정부는 젊은 세대의 한일 교류를 더욱더 활성화시켜 글로벌 시대의 이웃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의 액션 플랜을 확대시켜 한일 우호의 기반을 다져 주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한일관계 개선#8·15 선제적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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