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해군도 방사청도 관리 손놓은 위험천만 군함 사격

동아일보 입력 2021-07-15 00:00수정 2021-07-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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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동해에서 시운전 중이던 군함에서 발사된 포탄 5발이 여객선 인근에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방위사업청의 자체 조사에 따르면 군함의 시험사격에 나선 민간 방산업체는 함포의 최대 사거리 내에 여객선이 운항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발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해군과 방사청의 통제나 제지는 전혀 없었다.

이날 방산업체 관계자가 함포의 최대 사거리(22.2km)가 아닌 조준거리(14.8km)를 기준으로 레이더를 조정한 탓에 처음에는 여객선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후 뒤늦게 여객선을 포착한 뒤에도 방산업체 소속의 사격통제관이 사격을 중지하는 대신 여객선에서 약 1km 떨어진 곳으로 발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주변에 선박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시험사격이어서 오발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었는데도 무슨 생각으로 발사 버튼을 눌렀는지 모를 일이다. 실제 포탄 1발이 승객과 승무원을 합해 172명이 탑승한 여객선의 약 100m 앞에 떨어지는 위태로운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시운전하는 함정의 사격 발사 권한을 방산업체에 맡겨둔 채 해군도 방사청도 관리에 손을 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함정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방사청은 한 명도 함정에 탑승하지 않았다. 해군 관계자 20여 명이 탔지만 사격 통제에는 관여하지 않고 평가 등의 작업만 했다고 한다. 아직 함정을 인수하지 않은 상태여서 해군은 규정대로 했다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국민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규정만 따질 것인가.

해군과 방사청은 함정 시험사격과 관련한 전반적인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있다. 새로운 무기들이 군에 인도되기 전까지 그 소유와 관리 책임은 방산업체에 있겠지만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사격은 군과 방사청이 주도해 철저하게 안전 관리를 해야 할 것이다. “아직 우리 것이 아니다”라면서 관리 책임을 미루다가는 예기치 못한 대형 참사를 예방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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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방사청#군함 사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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