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처럼 일하기’의 필수 조건[Monday HBR]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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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근무 방식의 두 가지 축, 장소와 시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근로자들이 장소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 장소 제약이 없는 환경으로, 시간 제약이 있는 환경에서 시간 제약이 없는 환경으로 갑작스럽게 옮겨 간 것이다. 이 같은 축의 전환으로 팬데믹 이후 많은 기업들에서 ‘언제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가 빠르게 자리 잡았다. 유연한 근무 방식이 제대로 뿌리 내리기 위해서는 몇 가지 도전과제가 남아 있다.

첫째, 하이브리드 모델을 설계할 때 생산성의 핵심 동인인 에너지, 집중, 조정, 협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가령 재택근무는 ‘에너지’를 증가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고립을 유발해 협력을 방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개인들이 모든 일정을 공유하게 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인 대화와 업무 방해로 집중을 저해할 수 있다. 새로운 근무방식을 설계할 때는 장점을 최적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단점 최소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개인이나 팀의 생산성 동인에 따라 공간이 여러 형태를 취할 수 있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부서 간 협력과 우연한 만남을 극대화하는 허브 사무실, 팀 내부 조정을 촉진하는 위성 사무실, 독립적인 업무수행과 집중을 가능하게 하는 공유 사무실 등 여러 선택지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둘째, 직원의 선호도를 고려해야 한다. 최상의 생산성과 성과를 내는 능력은 개인 선호도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홈 오피스가 잘 갖춰져 있고 아이들을 낮 시간에 학교에 보내는 가상의 인물 조지는 집에서 혼자 일할 때 가장 생산적이고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느낄지 모른다. 그는 팀원들을 만나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만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3명의 룸메이트와 작은 아파트를 공유하며 사는 28세 릴리안은 집에서 방해받지 않고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이브리드 근무를 추진하는 기업은 늘 직원의 시각에서 바라보며 팀원들이 어디에서 가장 활력이 넘치는지, 효과적인 홈 오피스를 보유하고 있는지, 협력, 조정, 집중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등을 사전에 파악해야 한다.

셋째, 업무가 이뤄지는 흐름을 고려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가상의 인물인 조지와 릴리안을 관리하는 임원은 둘의 요구를 고려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업무를 다른 직원들의 업무와도 조정해줘야 한다.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할 경우 더 효과적으로 개인과 팀의 업무 부하를 평가하고, 원격근무 조건을 분석하고, 업무를 예측할 수 있다. 단순히 기존 프로세스에 새로운 한 층을 더하는 실수를 범하면 자칫 기존의 결함, 특이사항, 우회 방법을 그대로 복제할 위험이 있다. 하이브리드 방식을 설계하는 기업들은 처음부터 올바른 업무 흐름이 만들어지도록 중복된 팀 작업이 있는지,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는지, 업무 장소를 위한 새로운 목적을 재구상할 수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포용과 공정의 문제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불공평하다는 느낌은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번아웃을 가져온다. 협업을 줄이며 직원의 근속 비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생명보험 회사인 ‘브릿 인슈어런스’는 포용과 공정 측면에서 훌륭한 진전을 이룬 사례로 꼽힌다. 이 회사는 2020년 초 새로운 근무방식을 구현하면서 미국, 영국 사무실의 리셉션 직원부터 고위급 보험전문가에 이르기까지 전 직원의 10%를 무작위로 선택해 설계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후 6개월 동안 다양한 부서, 직급, 연령층의 직원 6명으로 구성된 여러 팀이 온라인으로 협력하게 했다. 모든 변화는 불공정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 쉽기 때문에 브릿 인슈어런스처럼 가능한 한 많은 직원들을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 설계에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변화가 단순히 개인 관리자의 변덕이나 감정의 결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 글은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한국어판 2021년 5-6월호에 실린 ‘하이브리드 근무 시대, 제대로 일하기’를 요약한 것입니다.

린다 그래턴 런던경영대학원 교수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노마드#일#필수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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