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사실상 신냉전… 공자가 말한 ‘도부동 불상위모’ 상태”[파워인터뷰]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입력 2021-04-21 03:00수정 2021-04-21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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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인훙 中 런민대 교수
14일 오후 중국 런민대 인근의 한 중국 전통 차실에서 만난 스인훙 교수가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미리 준비해 온 미중 관계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스 교수는 “미중 관계가 갈수록 더 악화될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지난달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을 통해 양국은 사실상 ‘신냉전’에 들어섰다. 우발적 충돌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중국 최고의 미국 전문가로 꼽히는 스인훙(時殷弘·70)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가 14일 인터뷰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출범했을 때만 해도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알래스카 회담으로 양국이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할 계기는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양국 관계는 공자가 얘기한 ‘도부동 불상위모(道不同 不相爲謀)’ 상태”라고 진단했다. 뜻이 다른 사람과 일을 도모할 수 없을 만큼 나쁘다는 뜻이다.》

스 교수는 과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이 그랬듯 양국이 치열한 이념 대결을 펼칠 것이라며 한국이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미 일본 인도 호주 4개국 협의체 ‘쿼드(Quad)’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는데 중립을 지킬 필요가 있다. 정권이 바뀐다 해도 최소한 ‘미국에 조금 치우친 정도의 중립’이라도 지켜야 한다”고 했다.

1951년 장쑤(江蘇)성에서 태어난 스 교수는 난징대에서 역사와 국제관계를 전공했고 국무원과 사회과학원에서 오랫동안 중국의 대미정책을 조언했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 사정에 밝은 온건파로 꼽힌다. 그런 그조차 “미중 관계 악화의 책임은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미국에 있다”고 거듭 주장하는 것에 상당한 아쉬움이 들었다. 양대 패권국 사이에 낀 한국의 앞날이 험난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듯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알래스카 회담 후 중국 내에서 미중 관계를 ‘도부동 불상위모’로 정의하는 사람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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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미중 관계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이며 관계 개선의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양국이 ‘신냉전’에 돌입했고 대만 문제 등으로 인한 우발적 충돌이 실제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양국 갈등은 과거 미소 냉전보다 더 치열하고 길게 전개될 것이다. 지금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옛 소련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다. 미국 또한 옛 소련을 상대하는 것보다 지금 중국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벅차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물줄기가 보이지 않는다.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문제에서부터 양국이 협력하는 수밖에 없다. 대표적 예가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이다.”

―신냉전 상황을 해소할 방법이 없나.

“없다.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미국이 중국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뿐인데 불가능하지 않겠나. 마찬가지로 중국이 미국의 내정간섭을 허용하겠다고 하는 것 또한 상상할 수 없다. 중국은 대만 홍콩 신장위구르 사안이 내정이란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대만 문제가 가장 심각하고 위험하다. 최근 바이든 미 행정부가 비공식 특사단을 대만에 보낸 후 남중국해에 미중 항공모함이 동시에 진입했는데 이들의 우발적 충돌이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이 대만 문제를 더 압박하면 중국은 미국과 전쟁을 불사하면서까지 대만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하려고 할 것이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관해 줄곧 미국에 ‘선을 넘지 말라’고 했다. 마지노선이 어디인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다.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을 수차례 도발했지만 아직까지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대만을 나라로 인정하는 법적 행동을 계속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미중 관계 악화의 책임은 미국에 있다.”

―미국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지만 현실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좋지 않다.

“중국이 서방 선진국에 좋은 이미지로 어필하려면 인권 등 그들이 지적하는 문제를 희생해야 하는데 중국은 이를 내정으로 보기에 양측 간극이 상당하다. 중국은 주권을 수호하는 사안에서는 경제적 이익조차 고려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호주와 캐나다는 중국과 많은 경제 협력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중국 내정에 간섭하면 무역 관련 이익을 포기할 수 있다.”

―쿼드 등 중국을 견제하는 서방의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쿼드는 이미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심각하게 가중시켰다. 미국은 쿼드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연계하려고 하는 것 같다. 쿼드가 확대되면 한국에도 합류 요청이 갈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중국을 압박하는 데 동참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것이다. 이때 한국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본다. 다음 정부에서 정권이 바뀌더라도 최소한 미국으로 다소 치우친 중립이라도 지켜야 한다.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려면 한국 국민의 지지가 필요한데 지금 한국 내 반중 감정이 강해서 안타깝다.”

―반중 감정이야말로 중국이 문제 아닌가. 한국인의 반중 감정을 누그러뜨리려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로 취해진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부터 전면 해제해야 하지 않을까.

“올해 한중 문화교류의 해를 맞아 일부 해제가 될 것이다. 다만 당장 전면 해제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최근 제작비가 많이 들어간 한국의 드라마가 중국 문제로 방송이 중단된 사태를 잘 알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 내 반중감정 등을 고려할 때 한한령이 한 번에 해제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이 가능할 것으로 보나.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본다. 올해 초만 해도 방한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지만 최근 양국 관계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을 거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한국 국민의 신뢰가 약화된 것이 드러난 만큼 중국 측이 쉽사리 결단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한국 국민의 지지가 약하다는 점은 중국에도 부담이다.”

―한중 관계가 답보 상태인 와중에 북-중 관계는 점점 밀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 주석에게 보낸 구두 메시지에서 ‘북-중 양국이 단결해 적대 세력에 맞서야 한다’고 전한 것으로 안다. 이는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에서도 보도되지 않은 내용이다. 그만큼 북한과 중국 모두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미국이 쿼드, 나토 등 동맹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는 만큼 중국도 북한 러시아 이란 등과 연대해 미국과 맞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잠시 막혀 있지만 코로나19 사정이 나아지면 북-중 교역 및 경제 협력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1951년 중국 장쑤성 쑤저우 출생
△난징대 역사학과 졸업
△난징대 국제관계학 박사
△2001년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중국 미국사연구회 회장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연구원
△중국 국무원 미국관계 참사(자문관)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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