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이성주]실패에서 배우는 미래 예측의 지혜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입력 2021-03-16 03:00수정 2021-03-16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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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쏟아지고 사라지는 미래 유망 기술
투자 부족, 제도 등 원인부터 파악하고
진단과 처방으로 발전 계기 삼아야
실패 기록으로 남겨 성장의 길 찾자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옛것을 익히고 그것으로부터 새로운 것을 알게 된다는 ‘온고지신’은 우리 삶에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정신이다. 그러나 유독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예측에 있어서는 온고지신의 지혜가 잘 적용되지 못하는 듯하다. 매년 수많은 예측보고서에서 디지털 의료, 양자센서, 인공지능 보안 기술, 게놈 합성, 교통 약자를 위한 자율주행 등 미래 유망 기술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 해당 기술들이 실제 유망 기술로 실현되었는지를 심도 있게 고찰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 보인다.

사실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예측은 매우 도전적인 활동이다. 미래는 수많은 변수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영화 ‘백 투 더 퓨처’에서 주인공 마티가 방문하는 미래 날짜를 하루만 뒤로 했다거나, 들로리언(차량)의 도착 장소를 한국과 같은 다른 나라로 했다면 전혀 다른 미래가 펼쳐지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의 특성에 따라 과학기술의 발전이 가져올 미래 변화의 속도와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조 바이든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복귀하는 절차를 진행함에 따라 잠시 주춤했던 환경보호 분야 기술 발전이 다시 활성화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과거를 되돌아보기가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미래 예측 결과를 되돌아보는 것은 단순히 예측 결과가 정확히 실현되었는지를 평가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목표 시점에 해당 기술이 구현되지 못했다면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예측 결과의 실현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국내 한 공공기관에서는 10년 뒤 가장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기술로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 기술, 양자암호 기술, 원터치 건강 진단 서비스, 100달러짜리 롤러블 태블릿 PC 등을 제시했다. 이 중 전기자동차 급속 충전 분야에서는 400km 주행 가능한 배터리를 20분 만에 80% 수준으로 충전할 수 있는 기술이 올해 보급된다. 반면 양자암호 기술은 상용화 중이며, 원터치 건강 진단 서비스나 100달러짜리 롤러블 태블릿 PC는 아직 우리 삶에 자리 잡지 못했다. 예측 결과가 실현되지 못한 이유는 투자 부족, 사회의 기술수용성 부족, 적절한 제도 부재, 규제로 인한 제약 등 다양할 수 있다. 원인을 진단하면 적절한 처방이 가능하다.

미래 예측 결과에 대한 평가가 중요해진다면 필연적으로 기술 구현의 난관과 기술 혁신의 명암에 대한 예측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는 미국 사법부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인종에 따라 재범률을 과대 혹은 과소 예측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작년 영국에서는 우리의 수능에 해당하는 A레벨 시험 성적을 산출하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교육 환경이 좋은 학생들에게 더 높은 점수를 부여해 문제가 됐다. 학교의 수준과 과거 성적, 개인의 과거 성적, 선생님들의 예상치가 반영되어 점수가 예측됨에 따라 개인의 성적이 학교의 과거 성과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법원은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전적으로 해당 알고리즘에만 의존하지는 않는다는 이유로 이 기술의 사용을 지지하였다. 반면 영국에서는 해당 알고리즘만을 사용하여 성적을 산출한다는 결정을 철회하였다. 이러한 위험을 조금이라도 사전에 예측할 수 있었다면 미리부터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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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예측하고자 하는 인류의 오랜 열망은 미래학이라는 분야를 탄생시켰다. 에너지 기업 셸은 오일쇼크를 예측하고 미리 대응한 결과 메이저 석유기업 중 수익률이 최하위에서 최상위 기업으로 성장하였다. 이후 미래학은 과학기술과 결합되어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 유망 기술을 조기에 발굴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셸이 그랬던 것처럼 각 국가와 기업 또한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 예측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포착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온고지신은 결국 과거에 이뤄졌던 과학기술 미래 예측의 실패의 역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패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록으로 남기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 그것이 미래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코로나19를 헤쳐 나가는 우리는 과연 이런 잘못을 기록하고 충분히 토론하고 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성주 객원논설위원·아주대 산업공학과 교수
#실패#미래 예측#미래 유망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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