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거 뒤끝 좌우 극단세력의 도 넘은 조롱과 음모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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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갑에서 탈북자 출신인 태구민(태영호) 미래통합당 후보가 당선된 것을 빗대 이 지역 아파트 명칭을 ‘인민이 편한 세상’ ‘간나아이파크’ 등으로 조롱하는 글이 친여 성향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북한 선전매체가 태 후보를 비난하며 강남구에 부자와 특권층이 많이 살고 있다고 비아냥댔는데 국내에서까지 이런 비이성적 행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부 강경 친문 지지자들은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선거에서 낙마한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을 국회로 보내자며 비례 1번 김진애 당선자에게 사퇴하라고 압박하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있다. 당선자 3명 중 한 명이 사퇴하면 후순위인 김 전 대변인이 승계할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선거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 일부 지지층을 중심으로 사전투표 부정 의혹 음모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정치 불신을 부추기는 시대착오적 행태다. 18대 대선 직후 한 친여 성향 방송인이 사전투표 의혹을 제기한 것과 다르지 않은 행태다. 근거 없이 막연한 정황만으로 선거 결과를 문제 삼는 것은 우리 사회의 선거관리 수준과 시스템을 스스로 모독하는 일이다.

선거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민의가 표출됐는데 일부 세력이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비방하고 폄하하며, 당선자를 표적 삼아 사퇴를 압박하는 것은 민주주의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특히 태 당선자처럼 탈북자 출신을 조롱하는 것은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탈북자 3만여 명을 모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친여, 친문세력이 줄기차게 소수자들의 차별에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이중 잣대가 아닐 수 없다.

여야 강경 지지층의 이런 움직임은 여야 모두에 정치적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거대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극단세력의 추태와 강경발언에 단호히 선을 긋고 비판해야 한다. 미래통합당도 구태의연한 음모론과 절연하고 자성하는 모습부터 보여야 한다. 견제와 균형이라는 건전한 민주적 질서를 세우려면 도를 넘는 극단 강경세력의 행태부터 근절해야 할 것이다.
#강경 지지층#조롱#음모론#태영호#김의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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