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교 체제 결정, 이념·지역 따라 제각각인 교육감들은 손떼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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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어제 전북도교육청의 상산고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에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상산고는 자사고 자격을 유지하게 됐다. 교육부는 3개 자사고에 대한 재지정 취소 여부를 심의한 결과 상산고의 경우 전북도교육청의 평가 과정에 위법한 요소가 있다고 판단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자의적 정책에 의해 자사고 지위를 뺏길 위기에 놓였던 상산고가 본래 자리로 돌아가게 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론이다.

교육부가 전북도교육청의 결정을 뒤집은 건 절차의 공정성을 해치면서까지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라는 국정 과제를 달성하는 건 무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교육부가 밝힌 부동의 사유는 신랄했다. 전북도교육청이 상산고엔 법적 의무가 아닌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지표를 정량평가로 반영한 것에 대해 “재량권 일탈로 위법이며 평가적정성도 부족하다”고 했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부칙에 구 자립형사립고에서 자사고로 바뀐 곳은 사회통합전형을 강제하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며 “(김 교육감이) 법률가면 이 조항을 이해할 것이다. 뭐든 법령에 근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무가내 식으로 자사고 죽이기를 밀어붙이던 김 교육감 식의 정책 독선은 진보 보수를 떠나 용납될 수 없음이 확인된 것이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지역마다 다르고, 교육감의 성향에 따라 달라졌다. 그래서는 과정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이 훼손됐다. 과도하게 이념이 개입돼 교육정책이 하루아침에 뒤집어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교육 현장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혼란이 앞으로 더 확대된다는 점이다. 올해 전국 자사고 24곳에 이어 내년에는 나머지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로까지 재지정을 위한 평가가 확대될 예정이다. 이번과 같은 극심한 혼란과 학생, 학부모의 피해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차제에 고교 체제나 운영 등은 교육감이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고교 체제가 이리저리 바뀌고 학교 만들기와 없애기를 반복한다면 어떻게 백년지대계라 할 수 있겠는가.
#교육부#자사고#상산고#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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