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괴물 되라고 민노총 만든 것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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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위원장이 어제 기자회견을 갖고 “문재인 정부가 (민노총에 대한) 마녀사냥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면서다. 각종 노동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가 자신들의 무능과 무책임을 피하기 위해 민노총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이다.

민노총의 주장은 최소한의 양식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김 위원장에 대한 법 집행은 정부 정책에 반대해서가 아니라 국회 담장을 부숴 난입하고, 경찰을 폭행했기 때문이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이런 행위가 사전 계획됐으며, 김 위원장이 이를 지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런 불법·폭력 행위를 ‘원인은 제쳐 둔 채 결과만 문제 삼는 과도한 법 집행’이라 하고, ‘이것이 촛불 민의가 원하던 나라다운 나라냐’고 강변하니 어이가 없다.

19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민노총은 “정부가 민노총을 사회적 대화나 노정 협의 파트너로 생각하는지 유감스럽다”고 했다. 20년째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고, 올 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요청도 걷어찬 민노총의 이런 주장은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20일 시민·사회단체 20여 곳과 여의도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민노총의 귀족노조, 그 실태와 대안’ 토론회에서 주대환 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은 “민노총이 이런 괴물이 되라고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다”라며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만든 괴물을 죽이든지 가두든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립 초심은 사라진 채 불법·폭력 행위를 서슴지 않고, 단기적인 이익에만 매몰된 집단으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주 씨는 1989년 노회찬 전 의원과 함께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을 만든 국내 민주화·노동운동계의 핵심 인물이었다. 그런 인사가 이런 비판을 할 지경에 이른 것은 이가 부러질 정도로 경찰을 두들겨 패고,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전 노조 지회장 제명을 결의하는 그런 작태가 자초한 결과다.
#김명환#민노총#귀족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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