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완준]대만 20대의 변심… 한국 20대의 실망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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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한궈위(韓國瑜) 만족도 62% 1위, 커원저(柯文哲) 61% 2위, 차이잉원(蔡英文) 15% 꼴찌.’

지난달 30일 대만 TVBS 방송사는 대만 시민 10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만 주요 여야 정치인 12명 신망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방선거(같은 달 24일)가 집권 민진당의 참패로 끝난 뒤였다.

야당 국민당 소속으로 가오슝(高雄) 시장에 당선된 한궈위. 그는 낙후된 가오슝 경제를 부활시켜 일자리를 찾으려고 가오슝을 떠났던 젊은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게 만들겠다는 구호로 젊은 유권자층을 파고들었다. 타이베이(臺北) 시장에 당선된 무소속 커원저는 “나는 정당이 없지만 여러분이 있다”며 여야의 친중·반중 이념 대결과 거리를 두는 실용주의 전략으로 젊은층의 인기를 얻었다. 현 대만 총통인 차이잉원은 조사 대상 정치인 중 최하위(12등)였다. 응답자의 64%가 차이잉원에 거부감을 표했다.

연령대별 분석 중 가장 눈길을 끈 건 20대(20∼29세). 한궈위는 20대에서 높은 지지(66%)를 받았다. 커원저는 더 높았다(83%). 차이잉원은 21%에 머물렀다. 젊은층은 민진당이 2014년 지방선거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기여한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이날 TVBS는 젊은 유권자의 변심을 민진당 참패 요인 중 하나로 주목한 보도를 내보냈다. TVBS는 젊은 유권자들을 “톈란워(天然我)”로 규정했다. 이 방송은 톈란워를 “자신이 좋아하고 지지하는 정치인을 정당 색깔로 구분하지 않는 자기중심적 세대”라고 설명했다. 톈란워들은 이렇게 말했다.

▽리쓰(李四)
=한궈위의 주장이 현실성이 좀 떨어져 보이지만 최소한 그는 시장이 된 뒤 가오슝을 어떻게 변화시키려는지 목표가 무엇인지 분명했어. 한궈위는 보통의 국민당 스타일과 달랐고 그 개성이 우리(젊은층)에게 인기를 얻었지.

▽쑤퉁쉐(蘇同學)
=2016년 대선 때 민진당이 우세였던 타이베이조차도 (국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바람이 불었어. 그러나 젊은층은 타이베이 시장으로 무소속 커원저를 지지했어.

‘자기중심적’은 이념에 치우치기보다 자신의 주체적 선택을 우선한다는 뜻일 것이다. 방송에 등장한 전문가는 “이들(톈란워)은 대만의 정치이념 이슈인 (중국과의) 통일이냐 (대만의) 독립이냐, 민진당이냐 국민당이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자신의 삶에 대해 분명히 느끼는 바가 있고 더 나은 삶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들이) 개혁이나 정책에 만족하지 못할 때 그 의사가 투표용지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사실이 이번에 분명해졌다”는 것이다.

차이잉원의 지지율 하락은 진보와 젊은층의 지지를 업고 당선됐지만 청년실업률이 12.19%에 달하는 등 경제에서 국민이 체감할 성과를 얻지 못하고 개혁도 지지부진했기 때문이라고 대만 언론들은 평가했다. 싱가포르 유력 언론 더스트레이츠타임스는 선거 전 현지 취재에서 “그를 지지한 대만의 젊은층이 개혁 성과가 부족한 그에게 실망했다”고 지적했다.

방송에서 다른 전문가는 “2014년 지방선거 때는 ‘젊은층은 (대만) 독립을 지지할 것’, ‘젊은층은 민진당을 계속 반드시 지지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번 선거에서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봤다”고 지적했다. 그는 “톈란워들은 실용적인 젊은 유권자다. 사실 실용적인 유권자가 (대만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지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20대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소식이 들리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
 
윤완준 베이징 특파원 zeitung@donga.com
#대만#한궈위#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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