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서면 메시지를 통해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과거 국회의원 시절 문제 되고 있는 행위 중 어느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인 판정이 있으면 사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회의원들의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고 했다. 메시지 발표 직전 검찰은 더미래연구소와 김 원장에게 해외출장비를 지원한 한국거래소, 우리은행 등 4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당초 “해임 사유는 아니다”고 버텼던 청와대가 ‘사임’을 언급한 것은 김 원장 거취에 대한 기류 변화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압수수색도 이례적으로 고발인 조사도 생략한 채 이뤄졌다. 대통령과 검찰이 전면에 나선 이상 김 원장이 자진 사퇴 수순을 밟게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와 차이가 있다. ‘국회의원 평균 이하의 도덕성’을 따지는 것은 판단 기준도 애매할 뿐 아니라 야당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 직전인 2016년 5월 쓰다 남은 정치후원금 5000만 원을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했다. 당시 김 원장의 질의를 받은 선거관리위원회는 ‘종전의 범위 안에서 회비를 내는 것은 무방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등으로 내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답변했다. 만약 선관위의 유권 해석 결과 ‘위법이라는 객관적 판정’이 나온다면 김 원장은 사법처리 대상이 돼야 한다.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청와대 참모진의 책임이 무겁다. 특히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라인은 최흥식 전 원장에 이어 두 차례나 금감원장 인사 검증에 실패했다. 재검증까지 하고도 김 원장의 행위를 ‘적법하다’고 두둔한 조국 민정수석비서관은 문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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