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1개 국공립대 외국인 교수 281명 가운데 46%인 128명이 한국계 외국인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113명은 한국에서 태어나 해외 유학 과정에서 국적을 바꿨고, 또 이 가운데 68명은 한국에서 대학 또는 대학원까지 마쳤다고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밝혔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서울시립대는 외국인 교수 5명 중 4명이 한국계다.
외국인 교수 비율이 국내외 대학 평가의 주요 지표인 이유는 대학 경쟁력의 핵심이 교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교수들이 영입돼 세계 수준의 연구와 교육을 해야 대학에 우수한 연구자들과 인재들이 모여들고,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서울대가 2008년 “교육부 예산과 학교 기금을 들여 2년 안에 외국인 교수 100명을 채용하겠다”고 다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현재 서울대의 외국인 교수 112명 중 절반 가까운 52명이 한국계라니 실망스럽다. 대부분 호봉제로 묶인 급여 체계와 선후배 교수의 위계질서가 뚜렷한 국공립대 문화에서 뛰어난 외국인 교수를 영입하는 것이 쉽지 않을뿐더러 새로 뽑아도 그만큼 떠나는 교수가 많다고 한다. 대학들이 비교적 한국 사정에 익숙한 한국계 외국인 교수에게 눈을 돌리는 것도 이런 까닭일 것이다.
이런 ‘꼼수’로 정부의 대학 평가에서 ‘국제화’ 점수를 따 재정을 확보할 순 있겠지만 대학 경쟁력도, 국가 경쟁력도 올리기 어렵다. 대학에서 외국인 교수를 채용하며 영어 강의를 요구했으나 한국계 외국인 교수 가운데는 영어가 익숙하지 않아 한국어로 강의하는 일도 있다니 어이가 없다. 한국의 인구 규모나 경제력을 감안하면 적어도 10곳 정도는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야 하는데 영국의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THE(타임스고등교육)가 최근 발표한 ‘2018 THE 세계 대학 순위’에 따르면 100위 안에 든 대학은 서울대(74위)와 KAIST(95위) 달랑 두 곳이다. 2013년 44위였던 서울대 경쟁력은 하락 추세다. 대학 스스로가 혁신하지 않으면서 ‘무늬만 외국인’ 교수 수를 늘려서는 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다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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